수년전 국내에는 펀드 열풍이 불었다. 중국펀드가 몰고 온 거센 바람은 국내 펀드시장에 밝은 빛보다 어두운 그림자를 더욱 짙게 남겼다.
 
환매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중국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았고 자산운용사와 판매사들은 신뢰 추락이란 대가를 치렀다. 당시 중국펀드 광풍에 몸을 실었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손실이 난 펀드를 여전히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상처와 아픔의 땅' 중국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운용사들은 중국 본토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잇따라 현지법인 설립 및 인수에 나섰고 중국 본토 관련 펀드 출시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자본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시장에서 거둬들일 열매를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겠다는 판단이다.
 

 
◆中 현지 운용사 설립 박차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중국 현지 운용사의 지분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한국투신운용이 인수에 나선 회사는 펀드와 투자일임 운용자산(AUM) 규모 8000억원 수준의 소형운용사로 알려졌다. 한국투신운용은 공동경영이 가능하도록 지분을 최대한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외국투자자의 경영권 인수가 금지돼 있어 최대 49%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운용은 중국 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반을 닦아왔다. 지난 2009년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2월에는 상하이에 리서치사무소를 설치했다. 한국운용은 지분인수에 성공하면 상하이리서치 연구인력 등을 중국 현지 운용사로 편입시키고 상품개발 및 리서치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 국내외 투자자금 유치를 통해 중국 현지에 투자하는 동시에 국내펀드의 중국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다.
 
한국운용이 자산운용사를 직접 설립하는 대신 인수에 나선 것은 중국 진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실례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년여의 준비기간이 소요됐다.
 
미래에셋이 설립한 합작법인 미래화신자산운용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인가를 받는데만 2년이 걸렸다. 미래화신자산운용은 지난 2009년 9월 화신신탁과 중국 합작운용사 설립 양해각서를 맺은 후 2010년 2월 신청서를 제출했고 올해 3월 설립인가를 받았다. 미래에셋화신운용은 내년 초부터 중국 본토주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와 채권형펀드 등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자산운용도 중국 현지법인 설립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삼성운용은 작년 2월 중국 상재증권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현재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처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진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펀드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 펀드시장의 규모는 약 3500억달러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에 불과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본토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게 되면 현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고 중국 현지 및 한국 등 기타 지역에 투자할 수 있게 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자산운용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며 "중국 현지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상품 개발로 국내투자자들이 중국펀드 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토 펀드 출시 '릴레이'
 
중국증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 운용사들은 중국 본토 펀드 출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35개였던 중국 본토 펀드는 올해 들어 43개로 늘어났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중국 본토 소비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신한BNPP차이나본토펀드 제1호'를 내놨고 하이자산운용도 소비관련 주식에 자산의 최대 80%를 투자할 수 있는 '하이 천하제일 중국본토펀드'를 선보였다.
 
신한BNPP차이나본토펀드는 기존 중국 투자펀드와 비교해 산업 구성 및 종목 선정을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펀드는 금융섹터 비중을 축소하고 내수 소비재 관련 산업의 비중을 확대했다. 또 중국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장기적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환경 및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 
 
하이 천하제일 중국본토펀드는 중국 새 지도부의 경제운용 기본방향에 맞춰 산업고도화와 환경, 신기술 관련 주식을 늘려가는 쪽으로 운용된다.
 
최근엔 중국 본토에 직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한국운용은 지난달 29일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로 중국본토 A주식에 투자하는 ETF다. 중국 A주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내국인과 허가를 받은 해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다.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가 추종하는 CSI300은 상하이거래소 201개, 선전거래소 99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CSI300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에 비해 금융업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중국 내수업종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중국 경제구조와 유사한 업종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는 기존 A주 공모주펀드에 비해 보수가 저렴할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주식 현물처럼 거래가 가능해 투자자금 회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환매 대금을 받는 기간이 적게는 열흘에서 한달 이상까지 소요된다.
 
중국증시가 저점이란 인식과 함께 이러한 장점들이 결합되면서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는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이 ETF는 상장 첫날 12만5212주가 거래되며 당일 해외ETF 중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전체 134개 ETF 중에서는 12번째로 거래량이 많았다.
 
삼성자산운용도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ETF를 준비 중이다. 삼성운용이 준비 중인 상품은 FTSE차이나 A50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A50에는 CSI300과 마찬가지로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이 들어있지만 금융주 비중이 60% 이상으로 CSI300(36.5%)에 비해 높은 반면 편입종목은 50개로 적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