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들 유통업체들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지난 2012년 12월19일 선거 당일 롯데마트를 비롯한 유통 매장 현장을 찾았다. 투표 참여와 관련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자율출근제? "투표권 보장 전혀 안돼"
선거 당일 찾아간 대형 유통매장들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몰려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롯데백화점의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판매사원은 투표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배시시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 직원은 "10시반까지 출근이지만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은 9시쯤 출근한다"며 "평균 1시간 정도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7시에서 8시 사이에 집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의지만으로 투표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마트에서 만난 직원은 "그나마 대형마트는 3교대라 오전 9시 출근조 외에는 출근시간에 여유가 있었다"며 "하지만 9시 출근조의 경우 휴일이라 평소보다 고객이 늘어난 상황에서 투표하러 외출하겠다고 얘기를 꺼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출퇴근 자율근무제를 적용하기로 한 백화점 등은 사정이 좀 다르지 않을까. 그러나 이들의 대답 역시 위의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만난 대다수의 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연말이라 퇴근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늦게 한다"고 전했다.
이중 한 직원은 "자율출근제라고 해봐야 본사 직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냉소를 감추지 않았다. 자율출근제가 실시되니 협력업체들끼리 알아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라는 내용이 전달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근무시간을 조정한 판매점은 거의 없다는 것. 그는 "판매점과 같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백화점 입점을 위해서는 매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백화점 개점시간이 그대로인데 매출을 포기하고 직원들 업무시간을 빼줄 곳은 거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대선 전부터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백화점 등을 상대로 직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이들 기업의 개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시위도 하고 개점시간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지만 모두들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탄력근무제 등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아침 일찍 나와야 하는 직원들에게 '의지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이들 기업의 입장은 현실을 무시한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다음 선거부터는 유통업 종사자들의 투표권이 보장되도록 개점시간 변경 등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