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컴퓨터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화제다. 이세돌 9단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다음에 또다시 대국을 치른다면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알파고는 자기학습체계인 ‘머신러닝(Machine-learning)을 통해 실력이 계속 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에 비해 인간이 우월한 점도 있다. 인간은 프로그래밍의 범위에 한정되지 않고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계측할 수 없는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면에서 컴퓨터보다 유리하다.



이러한 ‘인간의 자기학습’인 ‘휴먼러닝(Human-learning)이 각 산업 간 ‘경계의 종말’을 불러온다. 신간 <경계의 종말>은 세계적인 컨설팅사 ‘딜로이트 글로벌’이 각 산업에서의 패러다임 변화와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전문가들이 해당 부문에 대한 한국의 현실과 기업 관점에서의 대응방향을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은 산업 전반의 현실과 예측에 이어 제조업, 금융, 보험, 유통업, 소비재, 인지 기술, 운송업, 에너지, 의료, 공공분야 등 10개 분야로 세분화해 각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펼쳐 놓는다. 각 장마다 더욱 잘게 나누어진 꼭지의 소제목이 친절하기 그지없다. 장 제목과 그에 딸린 소제목만 가지고 우선 자신의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내용을 구성하며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운송업에 관한 장을 예로 들어보자. ‘운송업 : 디지털 시대의 운송업’이란 제목과 함께 중간 제목으로 ‘스마트 모빌리티의 혁신적인 5가지 트렌드’가 붙어 있다. 5가지 트렌드를 말하기 전에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운송에 대한 수요 증가’, ‘디지털 시대의 운송 트렌드’란 꼭지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5가지 트렌드가 각 트렌드별로 4~5쪽 정도의 설명과 함께 나온다.


이들 5가지 트렌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소제목만 가지고 곰곰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해당 장이 다루는 운송업의 현황에 대해 아는 한도 내에서 생각해보고, 이어서 수요의 증가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오는 것인지 추론해보자. 이어 디지털이 어떤 변화를 가지고 왔고 또 무었을 변화시킬 것인지 상상해본 뒤 책을 읽어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시각이 펼쳐질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목차에 나온 '사용자 중심'이란 말은 대략 의미를 알 것 같은데 '선택은 아름다운 것'이란 표현은 무슨 뜻일까. 가격을 책정하고 지불하는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고 디지털화가 심화됨에 따라 변하리라고 생각하는데, '동적 가격'이란 무엇인가. 이런 상상과 되씹기 과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책장을 펼쳐서 궁금한 부분을 확인해보자.

그러면 바로 ‘선택은 아름다운 것’이란 문구가 우버(Uber)의 모토임을 알 수 있다. 어떠한 종류의 ‘선택’인지 명확해진다. 우버가 말하는 선택의 폭이 어떻게 더욱 넓게 펼쳐질 것인지도 윤곽이 잡히는 듯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책을 읽으면 훨씬 더 풍성한 독서가 될 것이다.


트렌드 서적에 나온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주입식 교육과 다를 바 없다. 어떻게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해석하고 적용 가능하게 만드느냐에 트렌드 서적의 효용이 달려 있다. 각 예측과 관련된 사항이나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도움을 준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딜로이트 컨설팅 지음 | 원앤원북스 펴냄 | 1만8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