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을 떠나 산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하겠는가.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답은 다양하겠지만 요즘 들어 꽤 많은 이들이 “가능하다면 북유럽!”을 외친다.

심플하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 합리적이고 공정한 의사 결정, 선진적인 복지제도 등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힌다. 특히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일상은 무한경쟁사회에 지친 한국 사람들에게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복지제도가 우리와 완전히 다른 레벨이라면 이를 유지하는 돈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도 우리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일까. 북유럽을 동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의외로 그 실생활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비즈니스와 경제를 중심으로 북유럽을 바라보는 시도는 더욱 적다.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은 막연한 선망 뒤에 숨어있는 북유럽의 경제 환경을 분석한다.


2차 대전 이후 벌어진 자본주의진영과 사회주의진영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결론나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 국가들은 각종 경제 문제들로 고초를 겪고 있다. 이에 반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로 대표되는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민주주의시스템을 채택한 나라임에도 경제적으로 최상위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보다 13배 넓은 면적에 인구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인구수는 곧 국력’이라는 통념도 맞지 않는다.
인구수도 적고, 경쟁 원리도 따르지 않는 나라는 어떻게 성장하는 것일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도 현장감 있게 전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북유럽 국가에 체류하면서 직접 보고 들은 것만 썼으며 사진도 대부분 직접 찍었다. 특히 대기업 비중이 가장 크면서 북유럽 국가의 특성도 가장 잘 보여주는 스웨덴을 중심으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의 환경을 전달한다.


북유럽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더 싸고 빠르게’가 성공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착한 비즈니스’일수록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식’이다. 스웨덴에서는 인구의 10%가 채식을 한다. 개인이 불편하게 지켜야 할 신념이 아니라 사회적 유행이다. 오히려 채식을 한다고 하면 긍정적인 눈길로 바라본다. 맥도날드보다 친환경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막스(Max)가 더 잘나가는 이유다.

남녀평등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적을수록 세금을 더 잘 걷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편한 것도 기꺼이 감수한다. 북유럽 사람들은 비행기보다 10배는 느리고 비싼 기차를 탄다. 정부는 탄소세를 붙여 차 다섯대 중 한대는 대체연료로 달리게 한다.

1980년대 전세계가 시장자유주의를 선택할 때, 북유럽은 정반대로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공영기업을 늘리며 빈부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폈다. 당시 스웨덴 총리였던 올로프 팔메는 “우리는 거북이처럼 움직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장 멀리 가 있을 것”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항상 성장해야 하고 더 싸고 빠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에게 북유럽식 비즈니스는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해줄 것이다.

하수정 지음 | 한빛비즈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