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정과 회사 할 것 없이 에어컨 사용시간이 늘고 있으며 냉방이 잘된 곳을 찾아 헤매는 ‘폭염 난민’까지 등장했다. 말 그대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높은 기온과 싸우려다 눈 건강을 헤쳐 안과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찬바람을 많이 쐬면서 안구건조증이 자연스럽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구건조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그저 몇초 눈을 감았다 뜨거나 인공누액을 넣는 것으로 치료를 끝내는 사람이 많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각막에 상처를 입거나 시력 저하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 체계적인 진단·치료 필수
안구건조증은 눈물층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분의 균형이 깨지며 발생하는 안구표면의 장애다. 증상이 나타난다면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눈물층은 점액층, 수성층, 지질층으로 구성된다. 이중 안구의 표면에 가장 인접해 있는 눈물의 부분을 점액층이라고 한다. 수성층은 우리가 흔히 ‘눈물’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며 주로 물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지질층은 수성층 위를 덮고 있는 얇은 기름막 같은 층으로 수성층의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세 층 각각의 구성성분 조성이 변화하면 안구건조증은 악화된다. 점액층은 눈 표면의 흰자 위에 있는 ‘술잔세포’를 분비하는데 방부제가 포함된 안약 등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이 세포층이 손상돼 점액층 분비가 감소한다.
윗눈꺼풀 안쪽의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수성층 역시 쇼그렌 증후군과 같은 면역질환에 걸리면 눈물샘 위축이 발생하기도 한다. 눈꺼풀 주위의 기름샘인 마이봄샘에서 주로 분비되는 지질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도 눈물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마르는 형태의 ‘증발 과다형’ 안구건조증이 발생한다.
안구건조증의 진단 및 평가는 주관적인 부분과 객관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주관적인 부분은 표준화된 설문지 등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평가하는 방법이다. 초기에는 따가움, 이물감, 뻑뻑함 등의 자극 증상을 주로 호소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만성적인 안구 충혈과 시야의 흐려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객관적인 부분은 직접 눈 상태를 파악하는 부분과 정밀진단 장비를 사용해 관련 수치들을 계측하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안구건조증 외에 특별히 감별해야 할 질환은 없는지 안과의사에게 직접 검사를 받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포도막염이나 상공막염 같은 중증 안질환과 초기 증상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어서다.
가끔 환자들 가운데 안과 진료 없이 자가 진단으로 눈물약을 사용하다가 치명적인 질환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상태가 나빠진 상태에서 계속 호전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급 안구건조증 정밀진단 장비들을 갖춘 곳을 찾아 봐야 한다.
최근 도입된 케라토그래프 눈물층 정밀분석 장비나 티어랩 눈물층 삼투압 검사를 이용하면 눈물층의 높이, 눈물층의 증발 속도, 동반된 안구충혈의 정도, 지질층의 안구 표면 모양, 눈꺼풀 마이봄샘의 위축 정도, 눈물의 점성 농도 등을 수치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과 객관적 자료가 합쳐지면 치료의 종류와 강도를 결정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 치료는 단순하지 않다.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직업도 치료할 때 고려할 항목 중 하나다. 눈을 잘 깜빡이지 않는 사람, 눈 주위를 손으로 자주 만지는 사람 등 사람마다 매우 다양한 습관을 가졌다. 따라서 이런 경우 행동에 대한 인지 및 행동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예컨데 눈을 살짝 뜨고 자는 사람이라면 잠자기 전에 눈에 눈물 안연고를 넣는 것이 도움되고 열기를 가까이 요리사는 인공누액 조금 더 자주 넣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눈꺼풀 염증이 동반된 경우라면 기름샘의 청결 작업도 동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정확한 치료 약제 사용해야
안구건조증의 치료 약제가 다양해지면서 정도와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 또한 매우 넓어졌다. 단순하게 눈물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눈 깜빡임이 적은 경우엔 습관개선과 기본적인 인공누액 사용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최근 개발된 디쿠아포솔 성분의 인공누액은 점액층의 분비를 향상시키고 히알루론산이나 메틸셀룰로스 계열의 약제는 수성층이 부족하거나 증발이 과다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지질층을 보강해주는 약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안구 표면의 염증과 연관된 안구건조증의 경우 싸이클로스포린이나 스테로이드 제재를 병행해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약제를 안과의사의 진료 없이 과다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녹내장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과 같은 중증 안과 질환에 걸렸다면 안구건조증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녹내장에 걸리면 여러 종류의 안약을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사용하게 되는데 녹내장 약제의 사용기간과 종류에 비례해 안구건조증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제의 부작용과 녹내장 자체의 증상을 확실히 분류해 인지하고 증상에 따라 안구건조증 치료 약물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녹내장 약제의 부작용 등이 심해 약물 사용이 어려운 경우엔 녹내장 레이저 치료나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은 몇㎝ 이상의 상처가 남았던 기존의 섬유주절제술과는 달리 2㎜ 정도의 안구 절개창을 통해 진행되고 수술 시간도 20분 내외로 짧은 편이다.
수술 과정에서 봉합사를 사용하지 않아 기존 수술 방법보다 이물감이 적고 수술 절개 부위 역시 작아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이스텐트 수술과 내측 접근 섬유주절제술, 두가지 방법이 소개됐는데 모든 녹내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진행되지 않은 녹내장에서 부작용 가능성을 줄이면서 안압을 낮출 수 있어 유용하다.
안구건조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건조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거나 눈물의 양이 부족한 경우, 눈꺼풀 주변의 기름샘 염증이 동반될 때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핸드폰이나 PC 등을 볼 때 눈을 깜빡이지 않는 습관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는 말은 이제 문학적 표현만이 아니다. 건강한 눈을 위해서라도 꼭 휴식을 취하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