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5세대(5G) 이동통신의 도입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각 통신사가 생존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5G 주파수로 지정한 3.5㎓ 대역 가운데 300㎒ 폭을 경매대상으로 내놓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280㎒ 대역폭만 경매에 내놓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신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주 이통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보낸 공문이 배달됐다. 이 공문에는 5G 이동통신 주파수 3.5㎓ 대역에서 280㎒ 폭만을 경매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6월 주파수 경매 진행을 앞두고 당초 예상했던 300㎒ 보다 20㎒ 적은 280㎒ 폭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에 이통3사는 혼란에 빠졌다. 대역폭을 100㎒씩 균등하게 나눠 갖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최대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80㎒ 대역폭 논란에 이통3사 시끌
이에 지난 12일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이 “최대폭을 내놓겠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경매 대상 대역 및 대역폭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혼간섭 우려가 제기되는 대역은 경매로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여 사실상 280㎒ 폭이 경매대상이라는 점을 간접시인했다. 오는 19일 공청회가 예상돼 아직 변수는 남았지만 현재로써는 280㎒ 대역폭이 경매대상으로 유력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보유 총량 제한’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주파수 보유 총량 제한은 쉽게 말해 한 이통사가 경매에서 낙찰, 보유·운영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폭의 최대치가 제한되는 제도다.
예를들어 100㎒ 대역폭으로 총량이 정해질 경우 가장 많은 대역폭을 가진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주파수 보유 총량 제한이 없으면 많은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한 이통사의 고객들은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며 총량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움직임이다. SK텔레콤에게는 이통사가 원하는 만큼의 대역폭을 가져가는 방안이 유리하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만큼 더 많은 대역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SK텔레콤이 120㎒이상의 대역폭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턱없이 부족한 대역폭… 소비자 피해 우려
이통3사의 상반된 반응에 과기정통부는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3.5㎓와 28㎓ 대역을 연동해 총량을 제한하거나 가중치를 두는 방안도 제기 된다. 하지만 3.5㎓와 28㎓ 대역은 사용용도가 다른만큼 총량 연동이 무의미하다. 이 경우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겠다면서 턱없이 적은 규모의 주파수를 할당했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300㎒도 5G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은 3.6㎓~4.2㎓, 4.4㎓~4.9㎓ 대역에서 총 1100㎒ 폭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며 미국은 3.55㎓~3.7㎓, 3.7㎓~4.2㎓ 대역에서 총 650㎒ 폭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5G 기술의 강자로 떠오른 중국도 3.3~3.6㎓, 4.8~5.0㎓ 대역에서 500㎒ 폭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 독일,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도 300㎒ 이상의 폭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국가들이 주파수 경매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계획상으로는 한국의 3.5㎓ 대역보다 공급 폭이 넓다.
5G는 초고속, 초저지연이라는 특성상 충분한 대역폭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대역폭을 줄인 원인인 혼간섭 문제는 꾸준히 제기된 문제”라며 “현 상황에서 폭을 더 넓히기는 힘들어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벌써부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정부가 경매대상 폭을 줄이면서 이통사는 물론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통신사가 5G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통3사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다 보면 치열한 눈치 싸움이 불가피하고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