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나라 취업시장은 재난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겨우 5000명 증가하는데 그치고, 올 상반기 대졸 신입직원 최고령이 31세로 집계될 정도로 많은 청년들이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머니S>는 국가적 재난 수준에 이른 취업생태계에 현주소를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공무원이 답일까] (下) "NCS, 인적성? 제2의 수능같아요"
"아들 왔네~ 오늘은 무슨 컵밥 먹을래?"
지난 5일 낮 12시 노량진 한 컵밥집 사장이 취준생으로 보이는 손님에게 메뉴판을 가리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량진 컵밥거리는 단돈 3000원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어 취업 준비를 하는 이른바 '취준생'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날 컵밥집에서 만난 곽모씨(27·여)는 "공기업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준비한지 11개월째인데 매일 점심을 저렴한 컵밥으로 해결한다"면서 "가뜩이나 부모님에게 학원비·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어 식비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3000원짜리 컵밥… "빨리 취업하고 싶어요"
최근 노량진 컵밥거리가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지만 노량진 취준생에게 컵밥은 관광객처럼 '이색적인 체험'이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날 기자가 노량진의 컵밥을 직접 사먹어 본 결과 컵밥은 노량진의 명물로 꼽힐 만했다. 해당 컵밥의 가격은 3000원. 통조림 햄과 떡갈비, 김치가 올라간 메뉴였는데 생각보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것을 매일 섭취한다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분과 탄수화물 함유량이 많아서인지 먹고 난 뒤 물 한통을 다 비울 정도로 짰다.
컵밥거리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들 선 채 식사를 한다. 이날 능수능란(?)하게 컵밥을 먹고 있던 취준생 김모씨(28·남)는 '일주일에 평균 몇끼를 컵밥으로 해결하는지 묻자 "일주일 기준 10번 이상을 컵밥으로 때운다"고 답했다.
김씨는 "보통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평일 점심과 저녁을 컵밥으로 해결하고 있다"면서 "당당히 공무원시험에 합격해서 돈 걱정 없이 푸짐한 점심을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방에서 올라와 1년째 9급 공무원시험 학원을 다니고 있다"면서 "학원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컵밥 1000개 먹기 전에 이곳(노량진 학원가)을 떠나자고 말한다. 마치 수능을 앞둔 수험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돈 내고 취업컨설팅… "지푸라기 잡는 심정"
최근 취업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이력서·면접 관련 컨설팅 광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관련 컨설팅 비용은 대략 10만~100만원 사이로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는 취준생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럼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공기업 가릴 것 없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황모씨(27·남)는 "아직까지 따로 비용을 내고 이력서 컨설팅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다만 올해 하반기 취업에 고배를 마신다면 내년 상반기 취업과 관련해 유료 컨설팅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5일 취준생으로 가장해 취업 관련 컨설팅업체에 면접 컨설팅을 받아봤다. 해당 업체는 이력서용 사진촬영부터 면접 컨설팅(3회)까지 총 40만원 상당의 패키지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타업체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노량진 A스피치 학원에서 만난 임모씨(28·여)는 "올 상반기 면접전형에서 계속 떨어져 스피치학원을 다니고 있다"면서 "매달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1대1 면접교육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재능기부 사이트에서 이력서 교정을 해주는 이창현 강사는 "일부 취업 컨설팅업체들은 취준생들의 초조한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실 한시가 급한 취준생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돈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컨설팅을 통해 교정받더라도 무조건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취업확률을 높이는 것일 뿐"이라면서 "취업 관련 컨설팅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무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채용 규모가 다소 늘어난 만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