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후속 대책으로 이르면 이번주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이 어느 범위까지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로 녹지가 줄더라도 녹지 접근성은 최대한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부작용을 줄이고, 중소형 공급 비중을 높여 주택 공급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오는 13일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국공유지·유휴부지 활용, 3기 신도시 사업 속도 제고,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을 담은 후속 공급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그린벨트 해제를 공식 발표한 적은 아직 없으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3일 그린벨트를 활용한 공급 방안을 언급해 해제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부동산정책 점검 2차 회의에서 공급 속도와 물량을 강조하며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장 크게 관심을 받는 곳은 서울 강남권이다.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을 비롯해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약 149㎢로 서초구가 약 23.9㎢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와 노원구(15.9㎢) 등이 뒤를 잇는다.

"그린벨트 해제, 입주까지 10년 걸리지만 심리 안정 효과"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을 검토하면서 집값 안정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그린벨트는 1971년 7월 박정희 정부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영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제도다. 당시 서울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권에 국토 면적의 약 5.4%인 총 5397㎢가 지정됐다. 이후 수차례 해제가 이뤄지면서 2024년 말 기준 전국 그린벨트는 3781.2㎢ 수준으로 줄었다.

그린벨트 해제는 거의 모든 정권이 추진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대규모 해제를 추진했고,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위례신도시를 조성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뉴스테이 공급을 위해 각각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도 집값 급등 이후 그린벨트를 일부 풀었다.

그러나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 집값을 잡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노태우·이명박 정부 당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진 사례를 제외하면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서민 주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그린벨트 부지는 대부분 경기도에 분포돼 있어 서울 집값을 잡기에는 적절한 카드가 아닐 수 있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실제 입주까지 10년 가까이 걸려 단기 공급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향후 공급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난개발과 녹지 축소, 도시 연담화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도시 연담화는 인접한 도시들이 팽창하면서 시가지가 서로 이어져 하나의 큰 도시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전 GH 사장)는 "그린벨트는 녹지 보존뿐 아니라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벨트'의 기능도 갖고 있다"며 "서울 남부권은 이미 그린벨트가 조각조각 나 있는 곳이 많아 추가 해제의 주택 공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지로 개발하려면 도로 등 기반시설을 새로 연결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개발지 사이에 공원 등 녹지 배치해야"

정부가 오는 13일 공급대책에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담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해제 자체보다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입지·공급 규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법제처, 인사혁신처 2차 업무보고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개발지 사이에 공원 등 녹지를 적절히 배치해 시민들이 실제 생활권에서 녹지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그린벨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필요에 따라 일부 해제가 반복되면서 수도권의 수평적 확장을 막는다는 당초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며 "이제는 그린벨트를 풀고 말고의 문제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녹지와 휴식 공간을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계획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녹지의 전체 면적뿐 아니라 배치와 접근성이 핵심"이라며 "도심의 녹지 공간이나 옥상 녹화, 도시농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과 친화적인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 여부보다 해제 이후 어떤 가격과 입지,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가 집값 안정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물량뿐 아니라 무주택자와 청년들에게 얼마나 싸게, 좋은 입지에 공급할 것인지 설계해야 한다"며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겠다는 원칙과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함께 제시해 수요자들이 믿고 기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물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수요층을 고려해 주택 면적과 임대·분양 물량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민주택규모인 85㎡ 이상 대신 59㎡ 등 중소형 주택 비중을 확대하고 용적률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부동산에선 입지가 중요한 효용 가치를 갖는 만큼 구매력이 제한된 수요자들이 좋은 입지를 선택하려고 면적을 다운사이징하고 있다"며 "1인 가구나 청년층 수요뿐 아니라 실제 주택 가격을 움직이는 30~50대의 수요까지 고려해 여러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고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