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인근 시민들 사이로 오토바이 한 대가 주행하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사람 3명이 나란히 지나가면 꽉 차는 좁은 길이에요. 오토바이 배달원이 위에서 내려오면, 인도에서 제가 왜 피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대학생 유모씨(23·여)는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씨가 말한 곳은 일방통행이면서 차선도 하나 밖에 없었다. 교통이 정체되면 골목길로 돌아가거나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생명인 배달원들은 최대한 갓길로 붙어 달리거나 정 안되면 인도를 이용한다. 인도에서 시민들은 오토바이를 피해 걷고 있었다. 주객전도였다.

오토바이가 인도를 주행하는 것은 도로교통법(13조 1항) 위반이다. 그럼에도 심심찮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인도를 내달리는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배달업이 성행하면서 '불량 운전자'도 많아졌다. 단속도 어렵다.


인도로 주행하는 오토바이./사진=심혁주 기자

◆인도주행 사고, 매해 100건 이상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인도주행 사고는 129건이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139건, 173건, 202건, 129건 발생했다. 꾸준히 100건 이상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다. 오피스 빌딩이 몰려 있는 지역이나 주택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처벌기준이 낮아 불법이 자행된다는 지적이 일자 최근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도로교통법상 이륜차가 인도주행 시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40점이 되면 면허정지다. 사고가 발생하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여기에 인도를 불법주행하다 사진, CCTV 등에 적발되면 고용주 등에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경찰은 인도주행 오토바이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오토바이 교통위반에 대해서는 상시 단속한다. 오토바이가 인도로 다닐 때는 운전자가 내려서 끌고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본인들도 다니면 안 되는 길인 줄 아니까 단속할 때 협조는 잘 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경찰이 단속을 한다지만 인력을 생각하면 한계가 있다. 

시민이 직접 교통위반 오토바이를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도주행이 잦은 지역을 경찰청 민원센터에 신고하면 특별단속 대상구역이 된다. 또 ‘스마트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교통을 위반한 오토바이를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할 경우 증거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횡단보도로 오토바이가 건너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막무가내 운전” vs “어쩔 수 없어”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오토바이 인도주행을 포함한 교통위반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생 조모씨(26·남)는 “오토바이는 보행자 신호에도, 차량 신호에도 다니지 않나. 하나는 지켜야 하는데 보행자인지 자동차인지 잘 모르겠다”며 “오토바이 소리에 내가 먼저 피하는데 위반에 대해서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배달업 종사자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불법인줄 알지만 신속한 배달을 요구하는 업주와 고객의 요구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달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황모씨(27·남)는 “주문이 밀리고 차가 막힐 때면 인도로 다닌 적도 있었다. 늦으면 매니저나 고객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또 건수당 추가 수당을 받기 때문에 빨리 배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다”고 밝혔다.

배달업 특성상 황씨 같은 생계형 배달원들이 대부분이지만 전문가는 보행자가 보도에서 만큼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행자 인도통행 중 교통사고 가운데 이륜차에 의한 사고(772건)가 자전거(637건) 보다 많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도에 진입하면 안 되는데 국내는 이륜차가 많다. 또 (이륜차가) 보도 위로 올라가기 좋은 환경이다. 교차로가 끊어진 곳들은 장애인과 보행자를 위해 턱을 낮춰놔서 이륜차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캠페인 등) 계도·계몽으로 해결하려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단속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생계를 위해 배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보도에서만큼은 보행자가 우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