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확진자 급증에도 위중증·사망자 수, 병상 가동률이 안정권에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실제 의료현장의 분위기는 엄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까지 확진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동료의 업무도 부담하는 이른바 '번아웃(정신·육체적 극도로 힘든 상황)' 현상도 짙어지면서 장기적 대응체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 "중환자 2500명 나와도 감당"…현장 "지금도 힘겹게 돌아가"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896명을 기록했다. 최근 일일 확진자가 25만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유행의 정점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2200~2500명까지 늘 수 있다"며 "현재 확보한 병상들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중환자 병상은 아직 여유가 있다. 중환자 병상은 2747개, 준중환자 병상은 4131개로 합치면 총 6878개다. 이 가운데 중환자 병상 1469개, 준중환자 병상 2415개가 가동 중이다. 정부는 "아직 절반 정도 더 사용할 수 있고, 확충하면서 전실·전원 등 효율화 작업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병상은 늘더라도 인력은 그대로여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천명이 근무하는 대형 병원에서는 하루 수십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내과 입원 병동에서 환자와 의료진 30여명이 감염돼 병동이 폐쇄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 감염으로 수술이 연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입원이 정말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의료기관 내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인들도 많아져 인력 부족이 심해지는 등 혼란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염 교수는 "중환자 관리는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병상만 늘었을 뿐 의료 인력은 그대로"라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이미 번아웃을 넘어선 상태"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도 "진료 공백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은 인력이 품앗이를 하듯 대진을 하고 있지만 노동 강도가 올라 쉽지 않다"며 "아주 힘겹게 (치료 체계가)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일부 코로나19 치료 병원들은 타지역에서 온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수용하면 지역 내 확진자를 치료 못할 수 있고 환자를 돌볼 인력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병원 관계자는 "맡은 바 책무를 다하기 위해 (환자 이송을) 받고 싶지만, 인력·장비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렸다.
◇확진 의료진 3일 격리 뒤 복귀, 군의관 투입…의료계 "장기적 대안 필요"
정부도 의료진 감염, 인력 부족 상황을 반영해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확진된 의료진이 신속 항원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3일 만에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당초 3일 격리 뒤에도 신속 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업무에 복귀하도록 했는데 이 절차를 없앤 것이다.
오는 12일부터는 내과·응급·마취과 전문의인 군의관 206명을 중환자 진료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약 한 달간 중환자 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등에서 일한다.
또 정부는 "서울대병원에서 확진자를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고 있다"며 관리만 철저하다면 감염 위험이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 효과만 낼 뿐 중환자 치료, 입원 치료체계 개편을 위한 장기적 대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상은 물론 의료인력·장비·수가 등 체계도 보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2년 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파악해 의료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며 "특히 사망 가능성이 큰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와 경증에서 중증으로 발전되는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