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인 제주도의회 내 임시 기표소 앞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바닥에 놓인 가방 안에 투표지를 담고 있다.2022.3.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확진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관리인이 대신 넣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를 두고 선거관리 부실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설과 인력의 제약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유행 규모가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대비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예측 가능했던 확진자 규모…"100만명 대비 준비해왔다"


지난 1월 중순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면서 확진자 발생 규모는 매주 두배 수준으로 점프했다. 최근 들어 증가 폭은 주춤하긴 했지만, 20만명대 발생을 이어가고 있고, 아직 정점을 모르는 상황이다.

5일 신규 확진자는 25만4327명을 기록했고, 6일에도 24만3628명을 나타냈다. 지난 3일도 19만8802명을 기록해 사실상 5일 연속 20만명선 안팎을 유지한 셈이다.

재택치료자 수도 점점 늘었다. 확진자들의 사전 투표일이던 5일 재택치료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선 102만5973명을 기록했다. 최근 1주간(2월 28일~3월 6일) 재택치료 환자는 '79만7354명→79만2494명→82만678명→85만7132명→92만5662명→102만5973명→112만50명' 순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여전히 정점을 모르는 확진자 발생, 늘어나는 재택치료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확진자 투표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본 선거일(9일)은 확진자의 투표시간을 오후 6시부터 7시반까지 연장했으나,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는 5일 하루로 지정하면서 일반투표와 시간을 분리하지 않아 더 큰 밀집이 전망됐다.

지난달 9일 대선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우려가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늘어나는 확진자를 대비한 투표권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질의했고, 선관위 측에서도 100만명 확진자 발생을 대비했다고 답했다.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질병관리청과 회의를 해왔다"며 "세밀하게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 '쇼핑백에 종이박스에' 준비와 달랐던 현장…여야 정치권·대통령도 질타

확진자의 사전투표는 야외 등에 별도로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뒤 투표 사무원에게 제출하는 방식이며, 이 과정을 참관인이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준비와 실제 현장은 사뭇 달랐다. 어느 투표소에서는 종이 봉투를, 또 다른 투표소에서는 쇼핑백, 종이 박스 등을 투표지 수거에 사용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거 보조원이 참관인 없이 혼자 돌아다니며 투표 용지를 수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확진자들의 투표 시간이 기존 유권자들보다 길어지면서 확진자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야만 했고,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추운 겨울 밖에서 떨어야만 했다. 일부 확진자들은 투표를 중단하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선거는 높은 참여 열기와 투표관리인력·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인해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하여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회의에서 "사전투표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책임질 인사의 즉각적인 거취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안위는 긴급 현안보고 열어 선관위를 질타하기도 했다.

논란은 점점 커져 여야 정치권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선관위를 지적하고 나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선관위가 경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유감스럽게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국장(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사전투표 혼란 관련 긴급현안보고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3.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대리수거 필요했나…9일 재발 여부가 관건 "7일 긴급위원회 소집"

선관위가 실시한 '대리 수거' 과정도 꼭 필요한 절차였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확진자들도 마스크·장갑을 다 끼고, 투표 관리인들도 방역복을 입고 하면 기표소에 투표하면 되는데 왜 이런 절차를 거쳤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방역당국은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책임을 선관위로 미루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선거 절차는 선관위가 보건복지부·질병청 등 주무부처의 자문을 구할 수는 있지만, 결정 주체는 선관위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5일 사전투표일은 투표 시간이 연장되지 않아 시간이 몰렸지만, 9일 당일 투표에는 확진자들의 투표 시간이 오후 7시반까지 연장되어 있는 만큼 재발 가능성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창진 선관위 사무차장은 6일 국회 행안위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서 "이번에 발생한 것들을 가지고 시도 간부 의견을 들어 수렴했고 2안을 만들었다. 내일(7일) 10시에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놨다"며 "9일은 한 치의 오차, 차질없이 선거가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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