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1) 박기호 기자,조현기 기자 = "바람이 부니 불덩이 같은 것이 날아왔다. 60 평생 처음 본 모습에 기가 막혔다" (60대 이재민)
"책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나왔어요. 지금 너무 혼란스럽고 슬퍼요" (초등학생 이재민)
경상북도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하나같이 화재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몸서리를 쳤다.
7일 오후 찾은 울진국민체육센터. 이재민을 위해 마련된 대피소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6일) 방문해 울진과 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집에서 급히 몸을 피한 듯 편한 복장으로 삼삼오오 모인 이재민들은 화재 당시가 전쟁터였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산불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한 곳인 울진군 북면 소곡1리 주민 박인수씨(68·여)는 "아무것도 못 챙기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신발도 제대로 못 신었다"며 슬리퍼를 신고 있는 발을 가리켰다.
박씨는 "밤에 불이 났다면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 봐야 하는데 (그나마) 낮에 화재가 나서 참말로 다행"이라며 "바람이 막 부니 불덩이 같은 것이 날아오더라. 60 평생 이런 것을 처음 봤는데 기가 막혔다"고 몸을 떨었다.
소곡리 주민 은금옥씨(86·여)도 "지난 4일 낮에 밖에 나오니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더라"며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불덩이가 이리저리 날아다녀서 정말 무서웠다"고 전했다. 그는 "시집을 와서 이 마을에 70년을 살았다"며 "예전에 불도 났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데 대한 불안감도 엿보였다.
화성4리에서 사는 김경덕씨(68)는 "그나마 화재 피해가 적은 이들은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우리 집은 전자제품까지 다 타버렸고 박살이 났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대피소에서 샤워도 할 수가 없는데 임시 거처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울진국민체육센터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마련한 65동의 재난구호 셸터(shelter)가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박인수씨는 "감자, 고추를 파종하려고 준비했는데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고 했다. 그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금자리가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곡리 주민이라는 A씨(76)는 "같은 마을 52가구 모두 다 피신했다"며 "완전히 동네가 불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불을 끄느라 다쳐 화상용 밴드를 붙이고 있던 A씨는 "(자원봉사자들이) 따듯하게 잘 해줘서 감사하다"면서도 "내 집만큼은 아니라서 우선 살 집부터 어떻게든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곡1리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장모양(13·여)은 "불이 나서 책가방 딱 한 개만 가지고 나왔다"며 "학교에 책이 일부 있지만 모든 것이 다 타버렸다"고 울상을 지었다.
장모양은 "(지금 상황이) 서글프기도, 슬프기도 하고, 혼란스럽다"며 "얼른 집에 돌아가서 강아지와 마당에서 뛰놀고 싶다"고 했다.
경북 울진 산불 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현재 250여명의 이재민 중 울진국민체육센터에 가장 많은 200여명이 대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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