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워싱턴=뉴스1) 정윤영 기자,강민경 기자,김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이 5차 평화협상을 실시한 2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키이우와 체르히니우 두 전선에서 군사 활동을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발표해 휴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CNN과 로이터·AFP통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와 체르히니우 두 전선에서 군사활동을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5차 협상에서 러시아측 대표로 나선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 차관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때때로 군사 활동을 과감히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하며 국방부 발표를 확인했다.
포민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중립성과 비핵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을 놓고 협상이 실시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합의에 서명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상호 신뢰를 높이고 추후 협상을 위한 필요 조건을 만들기 위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방향의 군사활동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러 '군사 목표, 동부 집중' 입장 되풀이…"돈바스 해방에 주력"
이번 발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군사 목표를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만 한정하겠다면서 기존 목표 축소를 공식화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러시아군 총참모부 소속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작전국장은 지난 25일 "첫번 째 단계의 주요 작전은 완수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크게 감소해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역시 "전반적으로 특수 군사작전의 1단계 주요 임무는 완료했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주요 목표인 돈바스의 해방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장악해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 짓고, 해당 지역에 친러 괴뢰 정권을 세운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동부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한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도네츠크인민공화국이 위치하며, 러시아는 이미 지난달 두 곳의 독립을 일방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 바이든 "러시아 지켜볼 것" 신중론…對러 제재 방침 유지
러시아의 거듭된 군사 목표 전환 방침에도 서방에서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러시아가 군사활동 축소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저는 그들의 행동이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진 어떤 것도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키이우에서 군사작전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전쟁의 끝이 오는 것인지,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그들(러시아)이 제안하는 것을 이행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 정상과 대화를 했으며,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제안하는지 지켜보자.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동안 우리는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군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고,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계속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러에 속아선 안돼…오히려 '대규모 공세' 가능성" 경고도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실제로 키이우 주변의 진지에서 극소수의 병력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면서도 이는 후퇴나 철수라기 보다는 병력 재배치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키이우 인근에 배치된 일부 러시아군이 이동한적이 있다. 우리는 이것이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라고 믿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미국 당국 관계자 역시 "러시아에 속아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러시아군의 추가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2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변에서 러시아군이 철수가 아닌 재배치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대규모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이우에 위협이 사라졌다는 의미도 아니다. 러시아는 키이우를 점령하려는 목표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려는 목표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키이우를 비롯한 등지에 엄청난 잔혹성을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5차 평화 회담서 '진전'…우크라, 러에 새 안보체제 제안
그간 양측 대표단은 회담 때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려, 이번에도 역시 합의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양측은 과거에 비해 보다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5차 평화 협상 후 "양측이 대표단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논의할 만큼 충분한 진전을 봤다"며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날 러시아 대표단에 새로운 안전 보장 시스템을 제안한 것에 대해 협상단 대표로 나선 다비드 아라카미아 집권당 국민의종 대표는 "(새로운 안전 보장 시스템은) 안전 보장 주체들이 서명하고 비준하는 국제 조약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라카미아 대표는 안전 보장국이 터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폴란드, 이스라엘뿐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안보 협정을 보증하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저지해서는 안 될뿐 아니라 (가입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중립국 지위를 채택할 경우 우크라이나 안에 외국의 군사 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명히 이 안전보장 조약은 러시아군이 2022년 2월23일(개전 전날)의 위치로 완전히 철수해야 서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 반도 지위와 관련해 향후 15년간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대규모의 러시아군 병력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철수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공격 작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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