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살인마로 불리는 최장암은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 암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이지만 췌장암의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다./사진=이미지투데이

조용한 살인마로 불리는 최장암은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 암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이지만 췌장암의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다.

이태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고 종괴가 어느 정도 커져야 비로소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게다가 발병빈도가 드물기 때문에 실제 의사들도 배가 아프면 위염이나 위궤양 혹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게 진단이 지연되면 치료 시기 또한 놓치는 경우가 많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췌장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췌장암 진료인원은 2016년 1만6086명에서 2020년 2만818명으로 4년새 29.4% 증가했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종양덩어리)다. 췌장암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췌관세포에서 발생한 췌관 선암종이 90%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 낭종성암(낭선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의심증상을 알아차리기 힘들어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전조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불량과 현저한 체중 감소가 눈에 띄는 경우 60대 이후에 당뇨병을 진단받거나 음주를 하지않고 담석이 없는데도 췌장염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만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조기 발견율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에는 췌장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다. 췌장은 위와 간의 뒤쪽에 숨겨져 있다.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어 복부초음파를 할 때도 췌장 꼬리부분이 장관 내 가스에 가려 진단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이 교수는 "췌장이 후복막 장기라는 점도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네 의원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내시경과 초음파로는 췌장암을 진단하기 어렵다"며 "종합병원 이상급에 있는 CT와 MRI를 통해서만 췌장암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조기진단의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췌장암 위험요인 '가족력'


췌장암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는 가족력이다. 해외에서는 1차 친족 중 췌장암 환자 수에 따라 췌장암에 걸릴 확률을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1차 친족이란 부모와 형제·자매·자녀가 해당된다. 1촌(부모, 자녀)과 2촌(형제·자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1명이 있으면 향후 자신이 걸릴 확률은 4배 높아지고 2명이면 6배, 3명이면 3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췌장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지목할 수는 없지만 췌장암 환자 가족 수에 비례해 본인의 발병 위험성이증가하는 건 사실"이라며 "미국 일부에서는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만 50~55세부터 매년 한번은 CT 혹은 MRI를 통한 췌장암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위험군에 대해서는 현재 췌장암 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60세 이후에 당뇨병이 생긴 경우 당뇨병이 췌장암의 결과일 수 있어 췌장암 검진을 권한다.

전이 정도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췌장암은 크게 수술이 가능한 단계와 그렇지 않은 단계로 나뉜다. 복부 CT나 MRI에서 췌장종괴가 췌장주변의 동맥을 180도 이하로 침범하면 경계성 절제가 가능하고, 췌장 종괴가 동맥을 180도 이상으로 둘러싸면 국소진행 췌장암으로 분류한다. 췌장 종괴가 동맥이나 정맥을 침범하지 않으면 절제가 가능한 췌장암이다. 전이 췌장암은 CT, 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서간, 폐, 복막,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의료계는 전이 췌장암은 수술이 어렵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항암치료를 진행한 뒤 수술이 가능해지는 환자도 있고 항암치료 자체로 생존연장에 도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이라면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하기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 연장에 더 좋은 방법이라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실제 입증하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치료성적 향상되고 있는 췌장암


췌장암 또한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 만큼 건강한 생활습관이 췌장암의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모든 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상당 부분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장년 남성들이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과다하게 하여 60대에 췌장암 혹은 담도암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금주, 금연, 절식과 충분한 야채섭취, 적당한 운동이 건강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다는 인식 때문에 진단 후 깊은 절망에 빠지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며 췌장암의 치료성적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존기간 또한 연장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의학의 발달에 따라 췌장암은 일단 걸리면 몇 달의 시한부 인생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며 "췌장암에 걸렸다고 무조건 절망하기 보다는 우선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치료를 잘 받아 보길 권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