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이 자사보다 자산 규모가 큰 HMM의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MM 인수전 참여를 염두에 둔 움직임일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인지도 낮은 SM그룹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따르면 SM그룹은 전년보다 4단계 오른 재계 34위로 호반건설(33위)을 뒤쫓고 있다. 자산 총액은 13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운임 급등으로 해운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재계 순위가 상승했다. 최근 SM그룹이 HMM 지분 6.17%를 사들이며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향후 해운사업 확장을 겨냥한 목적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까다로운 잣대로 매각 기업의 인수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SM그룹 수준의 기업이 허락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HMM의 1대 주주는 KDB산업은행(지분 20.69%), 2대 주주는 해양진흥공사(19.96%)다.
재계는 SM그룹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고 본다. SM그룹 창업주인 우오현 회장은 2004년 진덕산업, 2005년 벡셀, 2006년 경남모직, 2007년 남선알미늄, 2008년 티케이케미칼, 2010년 우방건설, 2011년 신창건설, 하이플러스카드, 2013년 대한해운 등을 잇따라 품으며 회사 몸집을 키워왔다. 수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자산 순위로 재계 30위권에 올랐지만 SM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지금은 인지도가 높아진 호반그룹의 과거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2014년 호반건설은 채권단 관리를 받던 금호산업의 지분율 5.16%를 확보한 이후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재계를 놀라게 했다. 호남 기업의 맹주 금호그룹에 임대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기업 호반이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288억원이 넘는 주식 시세 차익과 김상열 회장 및 호반의 인지도 제고에 성공했다. 호남과 금호는 2015년 광주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놓고도 혈투를 벌였다. 대결의 승자는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이었다. 이후 금호에 대한 호반의 도전은 더욱 거세졌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 졸업 무렵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박삼구 회장과 경쟁하고 금호가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 나온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자로 낙점됐다. 이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을 이유로 인수를 철회했지만 지역민들에게 호반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켜 전략적 승리로도 평가되고 있다.
SM그룹 역시 HMM 지분 매입과 향후 인수전 참여를 통해 호반과 같은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해운 계열사 SM상선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라도 이미지 제고는 필요하다. SM상선은 지난해 낮은 인지도 탓에 부진한 기관 수요예측을 받았고 결국 일반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SM그룹은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씨를 SM그룹 계열사인 케이엘씨SM 선장에,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 이계연씨를 또 다른 계열사인 SM삼환 대표로 영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우 회장은 각종 경제단체 행사와 경제사절단에 단골손님으로 나타나거나 군복을 입고 장병을 사열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