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약 280조원(연결 기준)의 글로벌기업 삼성전자가 1년 여의 법적 공방 끝에 양수한 '갤럭시'(GALAXY) 상표권 가치를 약 12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2020년 1월 갤럭시 상표를 출원해 2018년 10월 시작된 오리엔트바이오(이하 '오리엔트')와의 상표권 분쟁을 종료했다. 오리엔트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제품 '갤럭시 워치'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오리엔트의 갤럭시 시계는 국내 고급시계시장에서 수십년간 자리를 지켜온 초장수 브랜드다. 1959년 설립돼 1984년부터 갤럭시 상표권을 사용했다. 갤럭시 시계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공식 시계로도 지정됐다. 오리엔트는 시계를 비롯해 금속제 완구 등에 대해 국문 명칭 '갤럭시', 영문 명칭 'GALAXY'를 사용하는 29건 상표를 보유했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스마트워치를 출시했고 5년 후인 2018년부터 갤럭시 워치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오리엔트는 특허청에 '갤럭시 인공지능워치', '갤럭시 스마트워치'에 대한 상표 출원 신청을 함께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대응해 오리엔트가 보유한 갤럭시의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을 제기했다.
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유는 오리엔트가 해당 상표권을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리엔트는 상표권 분쟁이 있기 13년 전인 2005년 주력 업종을 시계에서 바이오로 전환, 사명도 오리엔트바이오로 변경했다. '상표법' 제119조 1항은 상표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 상표를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상표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두 회사는 상표권 양·수도에 합의했지만 양수금액은 현재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손인호 특허법인 명신 변리사에 따르면 상표권 가치평가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평가지표(매출액·시장점유율·로열티율 등)를 근거로 수익접근법을 사용해 평가한 결과 갤럭시 상표권 양수 시점의 가치는 약 11억8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2 40㎜ 모델의 출고가 33만원을 기준으로 가정, 해외 시장조사기관 등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상표권 양수 시점인 2020년 갤럭시 워치 매출은 2323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스마트워치 시장점유율은 44.3% 수준이었다. 손 변리사는 "상표 수명은 10년 주기로 제한 없이 연장이 가능하고 당사자가 상표 사용계약기간이나 경제적 수명을 산출해야 하나, 상표권 양수 이전인 2016~2020년 5년 매출을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로열티 비율은 대기업 상표권 사용료 현황(공정거래위원회)을 참조, 매출액의 0.2%로 가정했다. 이외의 상표권 가치평가를 위한 시장 상황, 상표 경제적 수명 보정, 위험 프리미엄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손 변리사는 "개별 제품 판매량과 연도별 매출 추정치가 실제와 차이가 클 경우 양수 추정금액도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김흥수 조선대 교수의 논문 '지식재산권 활성화를 위한 기업상표권 가치평가 모형 개발'(2016년)에서 연매출 100억~200억원대 제품의 상표권 가치가 약 2억6000만원으로 평가된 것을 고려할 때 갤럭시 워치의 매출액을 600억~2000억원으로 가정 시 11억8000만원의 상표권 평가가액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손 변리사는 설명했다.
상표권 양수금액 추정 한계 있어
손인호 변리사는 "상표권 양·수도 계약은 당사자의 합의와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 자료를 조사해 추정할 수 있다"면서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는 상표에 대해 국가별 상표권 가치에 차이가 있고 당사자간 이를 어떻게 차등화해 합의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스마트폰 부문에도 상표가 있다면 수백억대 이상 가격이 가능하나, 스마트워치만 분류했기 때문에 금액이 작아진 것"이라며 "2021~2025년 매출액 예상을 포함할 경우 백억대 수준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동일한 상표권 평가라도 평가 시점이나 목적, 조건 등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평가가액이 절대가치를 표시하거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손 변리사는 전제했다. 부정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 역시 평가자에게 발생하지 않는다.
양도인이 상표권을 사용한 기간, 상표 개수, 상표권 무효 가능성 등도 프리미엄 평가나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오리엔트의 최초 상표 출원일은 1983년이고 상표 개수는 총 29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