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대행 체제로 전환한 KT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대 주주 현대자동차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대상인 사외이사 3명에 대해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탓이다. 이들마저 주총에서 낙마하면 KT 사외이사는 1명(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남게 된다.
지난 28일 KT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변화는 없다"며 지금 자리에서 비상 상황을 조기에 종식하자고 외쳤지만 KT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위기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31일 KT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7.79%(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12%)에 이어 2대 주주다.
KT 주총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이 안건으로 올라 있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 등 현재 사외이사 3명이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들의 1년 재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의견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중요한 소유분산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이사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지속되고 있는 대표이사 선임 논란과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 훼손 등 문제에서도 기존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정치권과 궤를 같이 하는 최대 주주 국민연금(지분율 10.13%·작년 말 기준)에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까지 함께 하면 사외이사 선임안은 통과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3대 주주인 신한은행(5.58%)도 국민연금과 다른 뜻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2대 의결권 자문사 'ISS'마저도 3인 사외이사 선임안을 두고 반대 의견을 낸 만큼 외인들의 표심도 장담하기 어렵다.
상법 제 386조를 보면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3명 이상)를 구성하지 못하면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대행 자격이 있다. 때문에 임기가 끝난 이들 3명이 김용헌 이사와 함께 이사회를 소집, 사내·사외이사 추천 등을 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주총에서 임기 연장이 불발된 상황에서 대행 역할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박종욱 사장이 지난 28일 임직원들에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본연의 역할을 다 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상황은 더욱 미궁으로 빠진 모양새다. 박 사장은 이날 "'대표이사 유고'라는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업무 대행자로서의 권한과 책임에 의거해 비상 상황을 조기에 정상 경영체제로 돌려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