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에도 인위적 감산을 거부하던 삼성전자가 전략을 선회하면서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다른 업체들의 추가 감산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반의 재고 소진이 빨라져 실적 개선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었지만 실적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자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1조원에도 크게 못미친다.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있다. 연간을 기준으로는 8조원대로 적자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수요둔화로 고객사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 거래가 큰 폭으로 위축됐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낮추며 수익성이 뒤처지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D램 범용제품 가격은 지난 2021년 9월 4.10달러에서, 올해 1분기 1.81달러로 55.9% 하락했다. 2분기엔 추가로 전 분기 대비 15~20%가량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재고 소진과 업황 회복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랜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D램(12인치 웨이퍼 기준) 생산량이 지난해 4분기 월 67만장에서 올해 2분기 60만8000장으로 9.25%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통상 반도체 업계의 감산은 전체 생산능력의 20~2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산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3등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추가 감산 부담을 덜게됐다. 양사는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메모리 부문 감산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거부하면서 추가 감산이 불가피해져 치킨게임이 본격화 것이란 우려가 불거졌다.

최근 박정호SK하이닉스 부회장이 "따라가지 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죄수의 딜레마'처럼 고객사들은 계속 게임을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치킨게임을 우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죄수의 딜레마란 협력이 모두에게 최선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선택 때문에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하반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산 효과는 통상 3개월 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존 4분기 D램 가격 반등 시점이 3분기로 앞당겨질 전망"이라고 전망했고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