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의회 표지석./사진=임승제 기자

경남 의령군의회가 최근 공무원을 상대로 행한 폭언, 고성, 막말 등 '갑질'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의원 전원이 군이 발주하는 수의계약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의회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직 내부에서 관급 공사에 일부 의원들이 깊숙이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다. 공직사회가 의회를 겨냥한 폭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이는 군의회가 지난해 의장 선거로 생긴 앙금 여파로 벌어지는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불똥이 튄 공직자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의령군은 지난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취임한 오태완 군수가 평소 지론대로 의회주의를 표방하며 의회와 상생하는 차원에서 지난 2012년 행안부가 금지하는 '포괄사업비'를 10명의 의원에게 지역구 숙원사업 등 민원 해결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매년 1억 5000만원씩 두차례 총 3억원을 편성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예산은 2년간 총 30여억원이다.

이 사업비는 당초 집행부가 의원들이 지역구 현안·숙원 사업 등 민원 해결을 원활히 해 의정 활동에 지장이 초래하지 않도록 할 목적에 근거해서 편리를 고려해준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당연히 의원들의 위상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원들은 원래 집행부의 취지와는 달리 수십억원의 혈세를 마치 자신들의 쌈지돈으로 알고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선거 공신 또는 인맥이 닿는 특정 업체에게 수의계약을 몰아주고자 공직자들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공사를 받아 준 특정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겼다는 강한 의혹도 나온다.

급기야 의회가 계속해서 논란을 초래해 공직사회와 군민들의 피로도가 증폭되면서 군의회 '해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의원들의 압력을 받았다는 한 공직자는 "지난해 지역구 A·B 의원이 각자 방문해 수의계약을 요구해 왔다"며 "더욱 황당한 일은 특정 공사업체를 콕찝어 주면서 너무 놀랐고 강요에 못 이겨 후한이 두려운 나머지 원하는 대로 계약을 체결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무소속 의원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어 "마치 당연하듯이 천연덕스럽게 요구하는 의원들의 행태에 불쾌한 나머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썩은 적폐를 도려내어 군의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인구소멸 지역으로 전락한 지역을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며 공무원과 군민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군의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한 공직자는 "의원들의 횡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갑질·폭언을 비롯한 권력남용은 예사이고 공사 개입은 다반사다"며 "마치 이들의 행태는 막무가내 맡겨 놓은 짐보따리 내노라하는 막가파식으로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한다. 공사를 주지 않고서는 배겨낼 재간이 없다"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원 전원이 공사 등 이권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행위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의원들은 이같은 사실이 문제가 되면 행정에 협조를 구했다고 발뺌하겠지만 사실상 빼앗긴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의원들의 공사 강요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사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관련 공무원은 타지역 업체가 아닌 지역 업체를 선정해달라고 건의해 관철되면서 지역업체가 계약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A의원은 <머니S>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원들의 공사개입 관련 사실은 인정했지만 자신은 무관하다며 발뺌했다. 또 무소속 B씨는 즉답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또 다른 무소속 한 의원은 "지역 면장에게 업체선정을 맡겼으며, 되도록이면 지역 업체에 공사를 수주하도록 독려한 사실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이들과 상반되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통속이 돼 지금껏 공사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먹고살아 온 것이 맞다"며 공사 개입에 대해 짧게 답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직사회와 지역 주민 등은 군 집행부의 강단있는 인사 정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군 수뇌부가 의회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 강단과 소신있는 공무원을 사업부서와 전 읍·면에 배치해 의회의 공사 등 이권개입에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의령군은 군의원들의 각종 횡포가 잇따르면서 지역 사회의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올해 추경 예산부터 군의원 포괄사업비를 전격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