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일 교사 면담·전화 사전예약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가 교사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고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분노한 교사들이 매주 주말마다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나온 조 교육감의 교권 보호 방안에 시선이 쏠렸다. 이에 머니S는 조 교육감을 3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조 교육감은 서울 종로구 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구축 ▲신속한 법령 개정 요구 ▲법적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 실질적으로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교사 면담 사전예약 시스템'은 올 2학기부터 원하는 유·초·중·고에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육감은 "민원을 1차적으로 시스템에서 분류해 교사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학부모가 교사 면담 또는 전화 통화를 요구할 때 학부모에게 사전 고지 의무를 부여하고 학교는 사전에 고지받을 권리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3~4개월 동안 민원 사전예약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단순 민원의 경우 챗봇을 활용할 방침이다. 교사가 악의적이고 잦은 민원에 대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교사별 녹음 전화기'를 확대 보급해 챗봇 답변이 어려운 문의사항으로 통화할 경우 녹음이 가능한 사무실 전화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교사 면담 사전예약시스템과 챗봇은 아직 개발 단계다. 따라서 시범 도입 시기는 빠르면 올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 보호에 대한 교단의 요구가 거세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교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국 교사 5000여명이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거리로 나선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광화문과 경복궁역 일대에서 '7·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인원은 주최측 추산 3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사건 진상 규명과 교권 보장을 정부에 촉구하며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에 따르면 서이초에서 숨진 A교사는 최근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던 중 학부모의 강한 항의를 받아 압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사망 이후 '학부모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 교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잇따라 본인들이 직접 겪은 '교권 붕괴' 사례를 증언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도 교권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아동학대 혐의로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고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주호민은 자폐스펙트럼을 앓는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고 단순 훈육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고소를 감행했다.
이에 지난 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주호민 작가의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교총은 탄원서를 통해 재판부에 "이번 고소 건은 학부모가 교사와 다른 학생 모르게 교실 수업 내용이나 대화 내용을 무단 녹음해 신고한 사안"이라며 "무단녹음이 인정되는 선례가 돼 녹취자료의 오남용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교총은 "20년 넘게 특수교육에 헌신한 교사가 여학생에게 성희롱 문제행동을 한 남학생을 교육적 목적에서 적극 지도한 것임에도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교육을 수임받은 특수교사가 녹취 내용의 일부 표현이나 내용만이 아니라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 잡으려는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였는지를 포괄적으로 살펴 선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권 침해 논란이 커짐에 따라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 등 당국의 대처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