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가 사흘째 이어진 22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기자 =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 확대를 두고 장시간 TV 토론을 벌였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의료계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달라는 입장을 각자 고수하면서 공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후 KBS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 특집 생방송에 출연했다.
양측은 국내 의사 수와 관련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입장차를 보였다.
박 차관은 "의료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 공급은 한정되니까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며 "대형병원에서는 대기 시간이 길고, 상경진료를 오기도 하며, 환자촌, 진료보조(PA) 간호사,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활동 의사 수는 개원가는 10년간 3.8% 늘어날 때, 병원에 있는 봉직의는 1.4% 늘었다"며 "결국 병원 의사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은 1주일 혹은 며칠씩 걸려서 의사를 만나지만, 우리나라는 당일 전문의를 못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국민들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봉직의나 필수의료과 의사가 부족한 것이며, 숫자가 아니라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데 원인이 있다"며 "정부가 10년 뒤 (의사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가지고, 1만명 증원을 주장하는 데, 이는 1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고 만든 보고서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의료인력 업무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사단체 논의과정에서 2000명 증원은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 김 위원장의 지적에 박 차관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서 28번이나 만났고, 논의를 많이했다"며 "의료계에 놓고 흥정을 하듯이 (의대정원) 2000명을 받을래 아니면 1000명으로 줄일까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의료계에 의견을 달라고 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증원이 필요하면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만들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기피과문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대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은 본질에서 벗어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증원 속도에 대해서도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했다. 박 차관은 "(의대증원을 2000명에서 시작해서 줄일지)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는 일단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한 점은 일단 (의료계는) 그냥 뛰쳐나가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서 (의료현장을) 회복하고, 대화의 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협상이나 협의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던졌을 때 협상이 되는 것"이라며 "저희는 '2000명이 과하다 많다'고 하는데, 정부는 2000명도 부족하다고 하면 논의를 할 수가 없다.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했다.
김건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휴학 중이라고 밝히며 "의대생은 학창시절부터 수년 간 의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왔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평생 직업으로 타인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며 잠 못자고 학습한 지식을 환자에게 바칠 것을 어린 나이부터 결정한다"고 말했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이 발언에 대해 의사들이 특권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이사는 "의사들만 밤을 새워서 공부하고 열정을 가지고 도덕성을 담아서 본인의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모두가 소명의식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한다"며 "의사들만의 특권인 것 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환자들에게는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며 "오늘 같은 날은 환자를 어떻게 할지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제일 피해를 보는 환자는 배제하고 테이블 양쪽에 의협과 정부가 앉아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를 본 경우 정부, 의협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 이사는 "(환자들은) 다음날, 다음다음 날 (의료대란이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거는데, 장기화 될 조짐을 보여 우려를 하고 있다"며 "보호자들은 잠을 못 이루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현장을 비우고 나가는 바람에 상급병원이 환자를 못보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정책에 대해서 도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개개인이 (집단행동 등)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응급질환자 수술환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교수, 전임의 선생님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각자 맡은 것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