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의 '종말'을 경고했다. 사진은 누리엘 명예교수가 지난 2019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의 '종말'을 경고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 암호화폐 정책이 오히려 시장 붕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 오피니언 플랫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다가오는 암호화폐 종말'(The Coming Crypto Apocalypse)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화폐의 미래는 점진적인 진화일 뿐이며 암호화폐 사기꾼들이 약속한 혁명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 말까지 2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온 데 대해 "자기기만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1년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금값이 약 60% 오르는 동안 비트코인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증폭시키는 가짜 자산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을 암호화폐 몰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법은 암호화폐 발행 시 현금이나 국채 등 담보 자산을 1대1 비율로 예치하도록 규정해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를 1800년대 미국 민간은행들이 무분별하게 화폐를 발행했다가 연쇄 부도를 겪은 '자유은행 시대'에 비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과 암호화폐 업계의 부패한 로비가 결합돼 미국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반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나 예금보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을 문제로 들며 "자산 취약성이 드러날 경우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대형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필스(BlockFills)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 여파로 고객의 예치와 출금을 중단했다. 블록필스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611억 달러(약 88조원)에 달하는 대형 업체로 2022년 '암호화폐 겨울' 당시와 같은 연쇄 파산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 당시 셀시우스, 블록파이, 제네시스, 보이저 등 주요 암호화폐 업체들이 잇따라 출금을 중단했고 그 과정에서 시장 자산의 약 70%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이 한때 7만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 흐름도 나타났지만 루비니 교수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다. 특히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너무 늦기 전에 암호화폐가 지닌 구조적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금융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