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법 개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전 공개추첨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 정비사업 절차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가격 현실화 등 사업성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현장 갈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임대주택의 동·층·호수 공개 추첨을 의무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공개추첨 의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조항이 담겼다. 법안이 공포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부터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 대책을 통해 관리처분 이전 단계에서 임대주택 공개추첨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치면서 공개추첨을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전에 완료하도록 절차가 한층 구체화됐다. 사실상 추첨을 마치지 않으면 인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셈이다.
정부가 시행령 차원에서 운영해오던 제도를 법률로 상향하고 처벌 규정까지 명문화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반복된 갈등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영등포구 여의도공작아파트 등에서 임대주택 배치를 둘러싼 마찰이 불거졌다. 한강변이나 고층에 임대 물량을 배정하는 문제를 두고 조합과 서울시 간 이견이 '역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용산구 한강맨션 역시 한강변 라인에 기부채납 물량이 16가구 포함되면서 내부 갈등이 증폭됐고 결국 조합장이 해임됐다. 강남구 구마을3지구 재건축(단지명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의 경우 공개추첨 원칙을 어긴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20억원을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수습했으나 논란이 됐다.
인수가격 현실화 병행 요구
임대주택 공개추첨 제도는 2018년 도입됐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완화로 확보한 국민주택 규모 임대주택을 공개 방식으로 배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2022년 '완전한 소셜믹스'를 내세워 동·층 구분 없는 배치를 추진해 왔으나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라 적용 원칙을 유연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장에서는 법제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임대주택 공개추첨이 곧 사업성에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는 위치와 층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구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대 물량에 대한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공개추첨을 법제화한다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핵심은 사업성 개선과 인센티브인데 절차만 강화된 점은 한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대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기부채납에 대한 보상 체계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기본형 건축비의 80%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투입 비용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가격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일방적 부담'이라는 인식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소셜믹스는 용적률 혜택에 따른 공익 목적이 있지만 사업 부담이 이전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인수가격이 실제 사업비에 못 미치는 상태에서 배치 기준이 엄격해지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 가구당 2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최소 원가 수준의 보전 장치를 마련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