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규제법'(7·7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 조작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해 이익을 얻는 '사이버 렉카'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 허위 조작 정보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에게 피해액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최대 10억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리는 게 7·7법의 핵심 내용이다. 과거 논란이 된 가짜뉴스 사건들을 통해 7·7법 적용 시 처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법 적용 과정에 허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피해액의 최대 5배…'사이버 렉카' 철퇴법
지난 4월22일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그룹을 향한 비방 목적의 허위 사실 영상을 제작·유포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의 운영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는 '탈덕수용소' 운영자가 에스파, 엑소, 레드벨벳을 대상으로 인신공격성 표현이 담긴 영상을 게시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원고들에게 총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또 SM엔터테인먼트에게도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이 판결에 따라 '탈덕수용소' 운영자가 SM 측에 물어내야 할 금액은 총 1억7000만원이다. 막대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운영자는 이런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2021년부터 3년 동안에만 약 2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7·7법이 적용되면 수익금을 잃는 건 물론 말 그대로 '패가망신'할 수 있다.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어서다.
7·7법에선 ▲직전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게시해 광고 등 수익을 얻는 게재자로서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를 넘는 경우 ▲가짜뉴스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유통할 경우 ▲실제 피해자에게 법익 침해가 발생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다.
'탈덕수용소' 운영자의 경우 2023년 채널 폐쇄 전까지 누적 조회수가 약 1억6000만회에 이른다. 명백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자다. 만약 7·7법 통과 이후 '탈덕수용소' 운영자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했다면 그에게 부과한 손해배상액은 1억7000만원이 아니라 이보다 5배 많은 8억5000만원에 달했을 수도 있다.
영상 삭제해도 소용 없다…과징금 최대 10억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도 7·7법 시행 이후였다면 막대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전씨는 지난 4월22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DJ(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당시 근거로 제시한 건 지난해 5월 보도된 한 극우 성향 매체의 기사였다. 하지만 해당 매체는 관련 보도에 대해 이미 "민중항쟁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한 뒤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대법원은 '5·18 당시 북한이 개입했다' 등의 주장이 담긴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의 출판·배포 금지와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5·18 유공자 및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군 개입설 역시 허위로 판단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씨는 하루 만에 5·18 민주화운동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하고 관련 숏츠도 비공개 처리했다.
만약 이런 발언을 7·7법 시행 이후 했다면 전씨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비록 관련 영상과 숏츠를 삭제했더라도 처벌은 달라지지 않는다. 7·7법에선 법원이 이미 허위로 판단한 가짜뉴스를 2회 이상 유통할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전씨는 라이브 영상으로 1번, 숏츠로 또 1번 동일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만큼 이 콘텐츠들을 즉시 삭제했더라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과징금 액수를 결정한다.
기존 가짜뉴스는 '모르쇠'?…구멍 뚫린 7·7법
7·7법은 가짜뉴스가 담긴 콘텐츠를 삭제해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만큼 가짜뉴스에 엄격하다. 하지만 이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올려진 가짜뉴스 콘텐츠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 조항을 담고 있지 않다. 이는 7·7법의 가장 큰 허점으로 꼽힌다.채널A 출신 이동재 전 기자는 7·7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일 "(7·7법) 개정 취지에 정확히 일치하는 사례"라며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를 유튜브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했다. 이 전 기자가 문제 삼은 것은 김씨의 유튜브 '다스뵈이다'의 일부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서 김씨는 이 전 기자를 두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고 협박했다", "(이 전 기자가 이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만 해라. 그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공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영상은 2020년 게시한 것으로, 서울동부지법 민사3단독 장민경 판사는 2023년 7월 김씨의 발언을 허위로 보고 김씨가 이 전 기자에게 손해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도 같은 사건을 두고 김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가 민형사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고도 허위 사실을 담은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에 게시할 수 있는 건 7·7법 상 소급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방미통위는 7·7법 시행 이후 게시한 콘텐츠부터 관련 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 것이다. 이에 이 전 기자는 "개정 정통망법의 입법 취지가 가짜뉴스 근절인데 '김어준의 가짜뉴스'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평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개정법의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위법이란 판결을 받은 영상이 계속 올라와 있다면 여전히 누군가는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삭제되지 않은 콘텐츠로 피해가 계속 발생한다면 이에 따른 손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개 플랫폼 피해 '사이버 망명' 현실화되나
또 다른 우려는 '풍선효과'다.7·7법은 허위 조작 콘텐츠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판단을 통해 게시물 삭제나 접근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방미통위가 정한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는 총 9곳이다. 국내 사업자는 네이버·카카오·네이트·에이엑스지(AXZ)·디시인사이드, 해외 사업자는 구글·메타·X(엑스)·틱톡이다.
게시물 삭제 및 접근 제한 조처를 할 수 있는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 중 온라인 커뮤니티는 디시인사이드가 유일하다. 만약 많은 유저가 디시인사이드에서 특정인에 대한 허위 정보를 지속해서 공유한다고 가정해보자. 디시인사이드가 이를 삭제할 경우 많은 유저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동해 같은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디시인사이드는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돼 게시물 관리가 가능하지만, 다른 커뮤니티엔 그런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또 디시인사이드가 아닌 접속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커뮤니티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일반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상 명예훼손 책임은 져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한 만큼 '사이버 렉카'들이 대규모 플랫폼을 피해 활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결국 규제를 피한 사각지대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네이버가 연예 기사 댓글을 막았더니 유튜브로 몰려간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허위 조작 정보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점은 7·7법 논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전상범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삭제할 권한을 갖는 것은 사실상 '사적 검열'과 같아 '입틀막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 전 변협회장도 "처벌이나 소송이 두려워 국민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