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 2월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지원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제럴드 포드의 비행갑판에서 미사일을 옮기는 갑판 요원. /로이터=뉴스1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아시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증시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 보면서도 당분간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브라힘 자바리 이란 IRGC 고문은 이란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다"며 "누구든 이 해역을 통과하려 한다면 혁명수비대와 이란 해군이 해당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30%가량이 움직이며 이 해협을 통과한 물량의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지난 2월28일(현지시각)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란 전역에 해·공군 전력을 동원해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공습에 이란 신정을 이끄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과 모하마드 파크푸르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다수의 정부·군 지도자가 사망했다.

이란은 이에 보복을 다짐하며 이스라엘을 비롯해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에 대해 드론과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은 그간 압박 수단으로 써왔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월27일 67.02달러에서 공습 직후 3월1일 71.99달러로 7.42%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 역시 72.48달러에서 78.36달러까지 뛰며 8.11% 올랐다.

전문가들 "국내 증시 영향은 제한적…단기 조정은 불가피해"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당분간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전쟁 자체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관측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지정학 갈등 상승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코스피의 경우 연초 대비 48.2% 가까이 상승한 만큼 차익을 실현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지도부가 사망했기에 권력 및 지휘체계 공백이 발생했고 보복이 지속되더라도 사기 저하 가능성이 있다"며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단기 변동성 확대는 감안해야겠지만 이번 사태를 확대 해석하며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군사개입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은 맞다"면서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전쟁 자체가 장기 하락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전, 가자 전쟁 등 주요 지역 분쟁 사례를 보면 위험 자산은 단기 조정을 겪었지만 이후 반등했고 핵심은 지정학적 이벤트가 아니라 그 현상이 향후 통화정책과 유동성 경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이상연 연구원도 "국내 연휴 기간 주요국 증시 반응을 고려했을 때 낙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당시 코스피는 1주일 만에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고 했다.

향후 관건은 전쟁 '장기화 여부'와 '유가'…방산주 강세에 "국내 증시 주도 반도체 종목 보완할 수 있어"

증권가는 전쟁의 단기간 종결을 예상하면서도 미국 지상군 파병 등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미국의 대 이란 공습작전 '에픽 퓨리(Epic Fury)'를 점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 /사진제공=백악관 X 계정.

증권가는 현실적인 문제로 전쟁이 단기간에 종결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의 지상군 파병 등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신 보도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상군 투입에 대한 '울렁증'은 없다"며 "아마 지상군은 필요 없겠지만 필요하면 보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사태의 향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란은 전쟁을 장기 지속할 여력이 부족하고 미국 역시 물가와 중간선거 등으로 정치적 부담을 가지고 있어 전쟁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란은 보복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 중으로 긴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상연 연구원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축출은 성공했지만 현실적으로 신정 세력과 혁명수비대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기에 반격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사태 장기화로 유가 상승이 1~2주를 넘어설 경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단기간 이내 상황이 진정되고 펀더멘털 훼손이 없는 수준에서 상황이 종료될 경우 증시는 빠르게 상승 추세를 재개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사태 장기화로 원유 공급망의 안정성이 훼손될 경우 유가 급등이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제의 침체와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확전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안정성 훼손을 들었다. 그는 "사태가 확전돼 미국과 이스라엘 및 친미 수니파 동맹이 이란과 확전에 나서면 원유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면서 "만약 사태가 전략비축유(SPR)의 재고 일수인 3~5개월을 넘어설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3일 코스피 약세 속 방산주는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급등했다. 오전 10시44분 기준 LIG넥스원은 28.49% 급등했고 한화시스템도 22.80%의 상승률을 나타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5.15% 상승했다.

김재승 연구원은 "트럼프의 새로운 질서 속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주는 방산주와의 수익률 상관성이 일반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이므로 AI 반도체의 포트폴리오를 방산 종목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산주의 경우 글로벌 리스크가 이어질 것을 고려해 꾸준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