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코자산운용이 한국 증시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왼쪽부터)과 크리스 버쿠워 로베코자산운용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진=염윤경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자산운용이 한국 증시는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만큼 당분간 큰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기업 실적이 급격하게 꺾이지 않는다면 낮은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하반기 주식전망 간담회'를 열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주식과 채권, 멀티에셋 및 지속 가능 투자 전략 등을 운용하고 있다.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기업이익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이 높아 추가적인 재평가 여력이 크지 않은 반면 아시아 증시는 기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미국 대비 상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크랩 대표는 "아시아는 리레이팅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게 열려있다"며 "아시아는 지난 45년 구간을 놓고 평가해보면 실적 대비 매우 저평가된 상황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국 증시가 AI 노출도는 높지만 밸류에이션은 낮은 시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크랩 대표는 기업 실적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는다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 증시 높은 변동성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크랩 대표는 "해당 시장이나 국가가 AI 비중이 높다면 높은 수준의 변동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AI 사이클의 지속 기간과 강도가 향후 한국 증시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로베코자산운용은 최근 한국 증시 변동성 원인으로 AI 쏠림 현상과 극단적 가격 모멘텀을 지목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크리스 버쿠워 로베코자산운용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한국 증시 변동성 원인으로 극단적인 가격 모멘텀을 지목했다. 버쿠워 매니저는 "지금 극단적인 수준으로 모멘텀과 투자심리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가에 있어서 승자는 계속 우상향하고 패자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버쿠워 매니저는 가격 모멘텀의 조정보다 기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전환하는지를 더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베코운용은 한국 증시 변동성 대응 방안에 대해 AI와 반도체 투자를 줄이는 것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을 조언했다. 크랩 대표는 "AI가 아닌 기타 다른 영역, 배당이나 자사주 스토리가 있는 영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현재 변동성이 더 높아진 상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산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AI와 관련성이 적은 국가나 관련성이 없는 섹터에도 우수한 기업들이 있고 좋은 배당을 주고 좋은 이익 성장세를 보여주는 종목들이 있다"며 "그러한 비중을 포트폴리오에서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쿠워 매니저 역시 가장 많이 오른 기술주의 비중을 일부 줄이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기회를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제일 잘나가는 종목에 대한 비중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시장 전반에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기회를 포착해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다만 로베코는 포트폴리오 분산이 AI와 반도체 산업 성장세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AI·반도체 업종이 피크아웃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버쿠워 매니저는 "앞으로 성장 궤도와 활주로가 수년 동안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와 그렇지 않은 것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쿠워 매니저는 이번 AI 사이클이 과거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각국 정부가 AI 산업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데다 생산능력을 늘려도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어렵고 장기 가격 계약도 사이클을 연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수 내 비중 변화보다 글로벌 투자자 한국 시장 선호가 실제 자금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크랩 대표는 "한국이 선진지수에 포함되면 신흥국지수에 포함됐을 때보다 한국 비중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궁극적으로 자본 유출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무엇에 투자하고 싶어 하느냐에 기반한다"며 "한국은 경제 규모나 국내총생산(GDP), 1인당 GDP 등 여러 지표를 볼 때 투자자들이 이미 선진국가로 여겼던 국가"라고 덧붙였다.

지수 변경에 따른 자금 이동도 한 번에 끝나는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라고 봤다. 크랩 대표는 "변화가 있으면 점진적인 유출입이 있고 어느 순간 완만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한국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들도 매입과 매도 과정을 거쳐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