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신호탄으로 '세금 카드'를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에 이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를 개편하는 카드를 검토한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공시가격 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지자체 사전 검토와 가격 심사를 진행하고 다음주 공시가격안 열람과 의견 청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시가격은 국가가 토지·주택의 가치를 산정해 고시하는 가격을 말한다.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부과와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등 60여개 분야의 세금과 대상, 범위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 69%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의 세금 부과에 적용하는 비율) 제도를 도입해 공시가격보다 더 낮은 기준으로 보유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는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해 현실화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제도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10% 상승 전망… 세부담 상한 단지 늘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8.98%, 실거래가지수는 11.98% 상승했다. 공시가격은 두 지표의 변동률 중간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인 7.86%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강남과 강북의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도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아파트값이 급등한 강남과 한강벨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작년 수준(재산세·종부세 60%, 1주택 재산세 43∼45%)보다 오를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 단지들은 세부담 상한(전년도 납부세액의 150%)까지 보유세를 내는 사례가 많아질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의 올해 공시가격은 18억2000만원으로 작년보다 36%가량 오를 경우 보유세는 약 299만원에서 416만원으로 116만원 오를 전망이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81㎡는 올해 공시가격이 20억640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50% 오를 경우 보유세는 세부담 상한에 따라 지난해 325만원에서 올해 454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운영 계획을 담은 5년 단위 현실화율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국토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에 연구 결과가 나온다. 새로운 공시가격 현실화율 5년 계획은 현실화율 90%라는 목표 아래 향후 5년간 평균 69%선인 현실화율을 얼마나 올릴지, 전년도 공시가격의 1.5% 이내로 제한한 균형성 제고율 조정 등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가령 올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재산세 60%)까지 올릴 경우 보유세가 세부담 상한까지 늘어나는 단지도 속출할 전망이다. 세부담 상한에 따라 납부하지 않은 보유세는 당해연도에 소멸이 원칙이지만 다음 해에 공시가격이 오르거나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이상 이연 효과가 발생한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세표준 자체가 시장가치와 괴리가 큰 상황에서 세율만 손대는 방식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며 "공시가격을 시장가치에 더 가깝게 현실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현실화 또는 폐지 등 과표 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선거 이후에도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공시가격 현실화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 세제 강화 대책이 추진될 수 있다"며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거래세를 낮춰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고 매물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