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상위권 중견 건설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양한 이력의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 주목받는다. 사진은 계룡건설(왼쪽), 동부건설/사진=각 사

국내 중견 건설사들이 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재편에 나섰다. 사외이사 이력 면면을 보면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금융 분야 전문가의 영입을 확대했고 프로 골프선수를 선임하는 등 이색 추천이 주목받는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3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두산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전문가 그룹 의장을 역임한 민원기 KAIST AI대학원 초빙특임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민 후보자는 국가 AI 연구거점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아 디지털·AI 전문성을 쌓은 인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한 AI 전환(AX)을 가속화, AI 기반 제품·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에 3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 7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같은 날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에 김학진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를 선임, 이후승 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를 재선임한다. 2024년부터 코오롱글로벌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 후보자는 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하나은행은 코오롱 계열 금융사의 정상화를 추진한 인연이 있다.

코오롱글로벌 이사회는 "이 후보자가 금융업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전략·감사 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확대…"전문성 부족" 지적

중견 건설사의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눈에 띈다. 이사회 다양성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부건설은 오는 24일 주총에서 김금옥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 운영위원을 선임한다. 김금옥 위원은 한국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로 정부의 정책기획 위원회 자문위원 역할을 한 바 있다. 동부건설 이사회는 "김 위원은 회사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ESG 경영 실천을 견인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계룡건설은 오는 26일 신규 사외이사에 여형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유소연 골프 해설위원을 선임한다. 유 후보자는 임기 3년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 추천했다.

유 후보자는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여자 골프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2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이어 2008년 프로에 데뷔해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한 뒤 2024년 은퇴한 정상급 선수다. 은퇴 이후에는 JTBC 골프를 거쳐 SPOTV 골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계룡건설이 호반·대방·두산·동부·대보 등 중견 건설사들과 다르게 프로골프단을 운영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뜻밖의 인사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경영진을 견제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사외이사가 건설·재무·법률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를 수행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스포츠인으로 의사결정 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며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고 투명한 감사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추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청탁 관련 재판이 예고된 서희건설은 오는 31일 주총에서 이영찬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이성희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선임한다. 상근감사는 조운행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서희건설은 불구속 기소된 이봉관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