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추진한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5월9일 이후 보유세 인상과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등 세금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주택 보유자의 매도 행렬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5월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안이 포함된 부동산 후속 대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세제, 금융, 통화, 주택 공급 등을 아우르는 강력한 부동산 수요 억제 대책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했던 기존 규제에서 나아가 투기 성격의 1주택 보유자도 정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개편을 검토 중이다. 현재 약 0.15%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주요 국가 수준인 1% 안팎으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싱가포르 국빈 방문 당시 주택정책을 참고하겠다고 밝힌 실거주 중심의 과세 체계가 유력한 모델이다.
싱가포르는 주택의 '연간 임대가치'(AV)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산정하고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한다. 실거주 주택은 연간 임대가치 1만2000싱가포르달러까지 공제 후 0~32%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임대 목적 주택은 공제 없이 12~36%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임대 주택과 실거주 주택의 보유세 차이는 3~4배에 달한다.
미국 뉴욕은 보유세 실효세율이 1~2% 수준이다. 100만달러 이상 주택 거래 시 1.0~3.9%의 맨션세를 부과한다. 프랑스 파리는 순부동산 자산 130만유로 이상에 최대 1.5%의 '부동산 보유세', 일본 도쿄는 '고정자산세' 1.4%와 '도시계획세' 최대 0.3%를 부과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세 부담 수준이 월급 생활자와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세제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전망…보유세 40% 넘게 늘어
보유세 산정을 위한 기준일은 6월1일이다. 공시가격이 발표되면 해당일을 기준으로 보유 여부를 확정, 납세 의무가 부여된다.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반영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이를 기준으로 기본공제와 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정하기 때문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보유세 부담을 조절하는 핵심 수단이다.보유세 강화 방안은 현재 공동주택 기준 69%로 동결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당시 95%에서 60%로 낮아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높이는 방안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즉시 적용할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도 꺼낼 수 있는 카드다. 1가구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 1년당 4%포인트씩 최대 40%까지 공제돼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거주까지 포함하면 양도세의 80%를 감면받는데 거주 기준만 남기는 게 골자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추정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보유세는 2025년 867만원에서 올해 1259만원으로 약 400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당초 수준(종부세 80%, 재산세 60%)으로 복원될 경우 세 부담은 더 늘어난다. 실거래가 127억원인 용산구 '한남더힐' 127㎡의 경우 보유세는 2025년 5940만원에서 올해 8361만원으로 1년 전보다 40.75%, 비율이 강화되면 8744만원으로 47.20% 늘어난다.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의 고가 아파트도 영향을 받는다.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5㎡의 지난해 보유세는 약 289만원이다. 최근 27억원까지 오른 시세에 뉴욕식 1.1%의 세 부담을 적용하면 예상 세액은 약 2970만원으로 세금 부담이 10배 이상 급증한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에 따라 고가 1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며 서울 아파트값 조정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는 대출 규제보다 세금 카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둔 3~4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나오는 7월, 세제 개편안 시행(통상 다음 해)을 앞둔 연말에 아파트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