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에 사는 신혼부부 김지영(32세·가명)씨는 올 연말 이사할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상계주공 11단지 등 1000세대 넘는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어서다. 중계동으로 눈을 돌려 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총 3481가구 규모의 중계그린 아파트는 매물이 3건, 1800가구 중계주공2단지도 1건에 불과했다. 김 씨는 "수천 가구 대단지도 전세 매물이 10건 안팎인 곳이 대다수"라며 "40평 이상 매물만 있는데 가격이 8억원을 넘어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올해 5월9일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 세입자 있는 집을 서둘러 내놓으면서 전세를 찾는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공급 부족이 가팔라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노원구 전세 매물은 지난 13일 289건으로 전월(486건) 대비 40.6%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 매물이 감소한 상위 5곳은 종로구(-36.8%) 강북구(-32.0%) 도봉구(-29.4%) 마포구(-28.5%) 등으로 강북에 집중됐다. 강남3구인 강남구(-11.4%) 서초구(-5.6%) 송파구(-17.5%)와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노원구에 이어 도봉구, 강북구도 수천 가구의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10건 안팎인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봉구 창동은 총 2856가구 주공3단지의 매물이 5건에 불과하다. 2061가구의 북한산아이파크는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다.
노원구 상계동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는 "상계주공 22평이 지난 2월11일 4억2000만원에 계약됐는데 2년 전 보증금 3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20% 올랐다"며 " 도봉구, 강북구도 전세 매물이 귀해져서 보증금이 30% 가까이 오른 곳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북 전세 '극과 극'…헬리오시티, 전세 1억 넘게 내려
강남3구는 정비사업으로 최근 대규모 입주가 진행돼 전세 매물 감소율이 적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3일 강남구의 전세 매물은 전년 대비 9.8%, 서초구는 11.8% 감소했다. 반면 송파구는 전년 보다 38.2% 늘어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세 매물이 증가했다.송파구는 전세 매물 증가에 최고가 대비 1억원 넘게 하락해 전세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는 전세 매물이 357건으로 5억~7억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27일 22평 기준 9층 매물은 5억7700억원에, 18평은 6억4000억원에 계약됐다. 각각 최고가 대비 1억5000원, 1억8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0평 전세가 213개 가량 매물로 나왔다. 최근 계약이 완료된 전세가는 4억원에서 7억원으로 형성됐다. 지난 10일 거래된 13층 매물의 전셋값은 4억7000억원이지만 4층은 6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은 가격 부담과 관망세가 이어지는 반면 중저가 지역은 임대차 수요가 매매시장을 지지하는 구조"라며 "전·월세 물건 부족이 지속될 경우 비강남권 중심의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