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보안감점' 변수를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입찰을 마치는 동시에 방위사업청의 보안감점 연장 적용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다.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양측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전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입찰 참가 등록을 완료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기본설계 수행업체로서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군 전력 강화와 국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K해양방산을 선도하는 함정 명가로서 한화오션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역량을 총결집해 KDDX의 적기전력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방사청은 오는 7월 사업자를 선정해 8월 전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사업이 지연된 만큼 방사청은 사업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선도함은 2032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KDDX는 국내 기술로 선체와 전투체계, 대형 통합마스트 등을 개발하는 차세대 구축함 사업이다. 국내 최초로 통합전기식추진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초고난도 사업으로 꼽힌다. 총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향후 한국 해군의 미래 수상함 체계와 국내 함정 산업 경쟁력 방향을 좌우할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의 핵심 변수는 기술력보다 '보안감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전날 입찰 등록과 함께 서울행정법원에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최근 진행된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사업 평가 과정에서 방사청이 법적 근거 없이 보안감점을 연장 적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보안감점 논란은 과거 KDDX 개념설계 자료 유출 사건에서 비롯됐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불법 촬영·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관련자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관련 감점을 적용해 왔다.
문제는 감점 적용 기간이다. 방사청은 당초 두 사건을 묶어 감점 적용 기한을 2025년 11월까지로 판단했으나 이후 내부 법리 검토를 거쳐 최종 유죄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 12월까지 적용 기간을 연장 해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두고 "보안감점 적용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됐다"고 강조했다.
함정 사업 특성상 보안감점이 실제 수주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함정 사업은 기술 점수와 가격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폭 감점도 최종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DDX처럼 대형 국책 방산 사업은 보안과 신뢰성 평가 비중이 높은 만큼 감점 유지 여부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의 전략 변화도 눈길을 끈다. 앞서 1차 입찰 당시 HD현대중공업은 참가 등록 자체를 하지 않으면서 유찰을 유도했다. 당시에는 한화오션만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지명경쟁입찰 구조상 양사 모두 참여해야 입찰이 성립돼 결국 유찰됐다.
HD현대중공업은 표면적으로 사업 제안서 검토가 지연되면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KDDX 기본설계 자료 일부가 한화오션에 제공된 점과 보안감점 적용 문제 등을 이유로 입찰 참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원이 HD현대중공업의 자료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회사는 항고를 이어가며 법적 대응을 지속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입찰에 참여하되 평가 기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사업 포기보다는 입찰 참여와 법적 대응 병행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방산 사업에서 보안 신뢰성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방사청 역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차세대 구축함 전력화 일정 지연은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법적 공방과 평가 기준 논란이 길어질 경우 KDDX 사업 추진 속도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