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며 추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강력히 시사했다. 향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과 불안한 소비자물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성장과 물가 관리 측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이번 금리 인상은 전통적인 의미의 금리 인상과는 다소 상이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리 인상은 소비·투자·수출 등 전반적인 총수요 증가가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때 사용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국민계정 기준 올해 1분기 소비 증가율은 여전히 0.6%에 불과하다. 투자와 수출이 일부 반등했으나, 반등의 강도나 지속 기간으로 판단할 때 이를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전반적인 수요 과열로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금리 인상은 반도체 가격의 예상하지 못한 급등이라는 미시적 현상이 통화정책이라는 거시정책에 큰 영향을 준 이례적인 경우로 판단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투자 확대와 임금·성과급·배당 확대 등의 소득효과가 전체 경기와 물가를 견인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 금리 인상 측면이 강하다. 금리 인상의 정책 효과도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부문에 비대칭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을 정교하게 분석하려면 국민계정과 부합되는 반도체 부문의 정의와 세부 투자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정의도 데이터도 가용하지 않다. 다만 대략 추산해 보면 반도체 투자는 국민계정 전체 투자의 7~11% 수준이며, 나머지 90% 안팎은 비반도체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비대칭성을 유발하는 중요한 차이는 두 부문의 금리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는 국내 금리 수준보다는 글로벌 업황에 좌우된다. 더욱이 이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 현금흐름과 영업이익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하므로 국내 금리 인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비반도체 부문의 금리 민감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많은 자료는 대다수 내수 기업들은 매출 정체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투자 위축은 물론,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한계기업의 연쇄 도산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 침체에 빠진 건설·주택시장은 향후 거시경제 전반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다. 결국 예상치 못한 반도체 가격 급등은 반도체 부문을 온기로 가득 채우겠지만, 서민과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비반도체 부문에는 온기는커녕 금리 부담 확대와 일자리 상실이라는 냉기를 확산시킬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반도체발 후폭풍'을 정교하게 제어할 정책 조합이다. 반도체 경기가 향후에도 계속해서 좋을 것이라는 낙관 아래 진행 또는 강요되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은 다양한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단기간 대규모 투자는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이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 엄밀히 말하면 세수 추계 오류액의 사용 방안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이를 최대한 재정 확장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추가적인 물가 불안 요인, 추가적인 금리 인상 요인이 될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재정 확장이 일부 국민을 덜 아프게 하지만, 더 많은 국민을 더욱 아프게 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통화정책은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총수요를 억제하는데, 재정정책은 잠재성장률 수준과 상관없이 총수요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는 정책 간 불일치성도 없애야 한다.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그 온기를 전혀 누리지 못한 채 냉기만을 견뎌야 하는 국민을 위한 정교하고, 전략적인 재정 패키지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단기간의 대규모 투자 강요와 최대한의 재정 확대가 힘없고 여유 없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금리 인상이라는 한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한국산업은행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