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이 배당을 확대하며 최대주주가 받는 배당금도 대폭 증가한다. 사진은 신영증권 최대주주 등 주식소유 현황.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신영증권이 전체 발행주식 32%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고 현금 배당을 확대한다. 신영증권은 제3차 상법 개정에 선제 대응하는 주주환원 강화 조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우선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자사주 처분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최대 주주 측 명목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보유 자사주 842만2754주에 대한 소각 및 활용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신영증권은 이 중 526만2283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전체 발행주식 대비 32.01%, 보유 자기주식 총량 대비 62.48%다.


나머지 316만471주는 현물배당 등 주주환원과 임직원 성과 보상 목적으로 보유 및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잔여 자사주는 기존 발행주식 기준 19.22%에 달한다.

신영증권은 이번 결정이 제3차 상법 개정 취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주주환원 조치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각대상 물량이 신영증권이 2024년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 주식이기 때문이다.

당시 신영증권은 우선주 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하던 우선주도 보통주로 바뀌며 자사주 비중이 전체 발행주식 절반을 넘어섰다.


이렇게 발생한 자사주를 외부에 매각하면 새로운 주주에게 의결권이 생겨 기존 지배구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특정 주주나 우호 세력에 넘길 경우 처분 가격이, 상대방에 따라 주주 평등 원칙과 특수관계인 거래, 처분 가격과 상대방을 둘러싼 공정성·이해상충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소각을 할 경우 외부 처분에 따른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다. 아울러 전체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최대 주주가 보유한 발행주식 기준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신영증권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총 338만143주를 보유해 지분율 20.56%를 기록했다. 자기주식 526만2283주가 소각되면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발행주식 기준 명목 지분율은 약 30.24%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배당을 확대하며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받는 배당금도 많이 늘어난다. 신영증권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2500원 높인 7500원으로 확정한다. 배당을 확대하며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올해 받을 배당금은 지난해 약 169억원에서 50%가량 증가한 약 254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영증권이 전체 발행주식 32%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 /사진=신영증권

다만 신영증권은 이번 자사주 소각과 배당확대를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제 자사주를 소각하면 재무적으로 EPS(주당순이익)와 BPS(주당순자산가치),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불투명하게 보유되던 자사주를 없애 향후 처분과 지배주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줄어 COE(자기자본비용)와 기업가치 할인율이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잠재 매물이 사라지고 동일한 배당 총액을 더 적은 주식에 배분하며 주당 배당금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자기주식 비중이 높아 각계의 주목을 받아온 만큼 기업 밸류업이라는 자본시장 요구와 상법 개정안 취지에 모범적이고 선제적으로 부응하고자 한다"며 자사주 소각 이유를 밝혔다.

다만 소각만으로 기업가치가 지속해서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EPS 등 주당 지표 개선 효과의 상당 부분은 발행주식 수 감소에 따른 기계적 효과인 만큼 중장기 기업가치는 결국 이익 창출력과 자본 활용 성과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신영증권이 소각 이후에도 현재 이익 창출력과 배당 여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다. 잔여 자기주식의 향후 구체적인 활용 방식도 신영증권이 주주환원 기조를 지속해서 이어가는지를 가늠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EPS와 ROE를 개선시키지만 그 상당 부분은 자본감소에 따른 기계적 효과"라며 "중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며 자사주 정책은 이를 보완하는 변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개정안은 임직원 보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보유를 허용한다"며 "이를 활용해 자사주가 재단이나 기금으로 이전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하고 이른바 참호파기 방식의 경영권 방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자사주를 무단 출연할 경우 무상증자와 유사한 효과가 발생해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며 "선의로 위장한 자사주 처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