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나라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민총소득(GNI)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으로, 한국은행은 현재와 같은 명목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9일 한은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전기 대비 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이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1조6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조7000억원으로 급증한 영향이다.
김화용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실질 GDP가 한 나라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량을 나타낸다면 실질 GDI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같은 양을 수출하더라도 수출 가격이 오르고 수입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와 투자 재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경제를 하나의 반도체 회사에 비유하면 GDP는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생산했는지를 의미하고 GDI는 반도체를 팔아 실제 얼마나 많은 소득을 벌어들였는지를 의미한다"며 "수출 가격이 높아지고 원재료 가격이 낮아질수록 실질 GDI가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8%로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속보 추계 당시 반영하지 못했던 3월 일부 실적 자료가 추가되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상향 수정된 결과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 증가에 힘입어 전기 대비 0.6% 늘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6.6%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 호조에 힘입어 5.9% 늘었다.
"명목 GDP 성장세,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 영향"
명목 성장세는 더욱 가팔랐다. 1분기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고, GDP 디플레이터는 12.9% 상승했다. 이는 1976년 1분기(13.0%) 이후 약 5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피용자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9%, 총영업잉여는 29.9% 각각 증가했다.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수출입 가격, 환율, 임금 등을 포괄하는 종합 물가지수다. 1분기 내수 디플레이터는 2.1%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 급등했다.
김 부장은 "명목 GDP 성장률 확대는 국내 물가 급등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1970~1980년대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명목 성장률이 높아졌던 시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법인세 증가와 투자 재원 확충, 내수 진작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명목 성장 확대는 정부 재정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1.0%,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지난해 4분기 9조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11.2%)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1.2%)을 크게 웃돌면서 전분기보다 5.7%포인트 상승한 41.7%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25.3%로 2.9%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963달러(5257만원)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발표한 잠정치(3만6855달러)보다 108달러 상향 조정됐다. 달러 기준 증가율은 0.3%, 원화 기준 증가율은 3.6%였다.
김 부장은 "현재와 같은 높은 명목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중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달성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향후 기업 실적과 원/달러 환율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높아진 것은 연간 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연간 전망은 8월 경제전망에서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 다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