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부 지역에 내려진 폭염중대경보가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된 8월 5일 야외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화재 진압 시연을 마친 소방관, 배달 중인 택배 노동자, 공사 현장에서 땀을 닦는 건설 노동자, 선풍기 조끼를 입은 주차요원, 음식 배달 노동자,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니선풍기와 양산에 의지한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경찰. /사진=뉴스1


40도 폭염 시대가 현실이 됐다. 경남 양산에서는 지난 2일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22년 만에 가장 높은 42.5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기온이 사흘 연속 경신됐고, 닷새 연속 40도를 웃도는 극한 더위가 이어졌다. 5일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낮 최고기온이 일부 지역에서 39도까지 치솟아 40도에 육박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일까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2441명, 사망자는 21명에 달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폭염이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폭염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강도는 더 세지고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제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기후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때그때 응급대책을 세우는 수준을 넘어 기후 변화에 맞게 국가 정책의 틀 자체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물론 지금까지 정부가 반복해온 폭염특보 발령, 무더위쉼터 운영, 취약계층 보호 같은 기존 대책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일시적이고 반복적인 단기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이던 시대에 설계된 제도와 기준으로는 40도를 넘나드는 초고온 환경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다. 노동과 교육, 에너지와 산업, 보건의료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 재난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국가 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국가 의제가 됐다. 따라서 연례화하고 있는 폭염에 대한 대응을 '사회적 재난 대책' 수준으로 격상하고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동·학사·보건의료·응급대응 등 사회 전반의 제도와 법령을 기후변화에 맞게 촘촘히 재설계하고, 관련 전문 인력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폭염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첨단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공장과 학교, 업무용 건물과 각종 시설의 냉방 기준도 현실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 에어컨 등 냉방설비 설치와 운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고, 폭염 시 야외작업 중단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도 나설 때다. 이제 폭염 대응은 단순한 복지나 재난 관리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사회 안정을 지키는 국가의 핵심 책무다. 마을 방송을 통해 "일 나가지 말라"고 폭염 행동 요령을 전파하는 수준으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