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에너지고속도로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국내 전선업계 양대 축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경쟁력 제고에 고삐를 죄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가를 첫 시험대인 1단계 사업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내년 초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사업(새만금~경기 서화성) 해저케이블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해당 구간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서남해안의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등 주요 수요지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업 진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첫 구간인 만큼 이번 수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2038년까지 총 4개 구간이 단계적으로 구축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1단계 사업에서 기술력과 생산능력, 납기 대응력 등을 입증할 경우 남은 구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비 규모도 상당하다. 1단계 사업비만 약 2조8000억원, 전체 사업비는 1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수주전 승리를 위해 사업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LS전선은 고용량 HVDC 해저케이블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날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525kV·80℃급 HVDC 해저케이블 사전검증(PQ) 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보다 도체 허용 온도를 높여 송전 용량을 최대 25% 끌어올렸다. 이외에도 LS전선은 함침지 절연(MI)·가교폴리에틸렌(XLPE) 케이블 등 여러 제품군을 통해 HVDC 해저케이블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생산능력도 대폭 확대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장거리·대용량 케이블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이다. 고전압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 경쟁력도 수주전의 중요한 요소다. LS전선은 지난해 강원 동해사업장 해저케이블 5동을 준공하고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자회사 LS마린솔루션과의 협업을 통한 턴키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레퍼런스도 축적했다. 턴키는 케이블 생산부터 해상 포설, 유지보수까지 사업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으로 납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LS전선은 제주 2·3연계 사업을 수행한 데 이어 최근엔 동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 1·2단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네덜란드 국영 송전회사 테넷과 2조원대 525kV HVD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대만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해저케이블을 수주했다.
대한전선도 기술력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대한전선은 525kV 전압형 HVDC 육상케이블 시스템 국제 공인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500kV 전류형 HVDC 케이블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시에 HVDC 케이블 전용 테스트센터를 준공해 기술 검증 체계를 강화했다. 해당 센터는 최대 640kV급 육상·해저 HVDC 케이블 2개 회선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
기술력 확보와 함께 생산능력 확대도 병행한다. 대한전선은 당진시에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640kV급 HVDC와 400kV급 초고압교류송전(HVA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가동 시 1공장 대비 약 5배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외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서남해·영광낙월·안마 등 국내 해상풍력 사업을 통해 해저케이블 공급·포설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동해안~동서울 건설공사(EP 2단계) 수주에 성공하며 한전이 추진하는 국내 HVDC 본사업에 처음 진입했다. 해외에서도 미국에서 320kV 전압형 HVDC와 500kV HVAC 전력망 프로젝트, 싱가포르 400kV·230kV급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HVDC 해저케이블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대규모 생산설비와 시공 경험이 함께 요구되는 분야"라며 "1단계 사업 수주에 성공한 기업이 향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