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 급등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사실상 전쟁 재개'란 분석이 나올 정도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발효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당장 폐기할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해협을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이곳을 지나는 배에 '통행세'까지 받겠다고 한다. 이 해협을 통해 원유의 70%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빠른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 봉쇄를 재개한다. 이란 선박이나 이란과 거래하는 선박은 해협을 드나들지 못한다"고 썼다. 앞서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한 데 대응해 미국은 이란에 대한 대대적 야간공습을 4일 연속 진행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적대 행위를 60일간 중단하기로 한 종전 MOU와 관련해 "그것은 (이란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들은 이란의 추가도발을 차단하고, 이란 지도부의 백기투항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이란 측은 민간 선박과 주변 걸프국 내 미군기지를 향한 보복 공격을 좀처럼 멈출 기색이 없다. 2월 말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성 차원에서 미국은 (해협을 지나) 운송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 비율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해협의 수호자' 역할을 맡는 대신 '보호비'를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유를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에 실제로 20%가 부과될 경우 척 당 통행세만 450억 원이다. 이란이 요구했던 통행료의 15배다. 한 해 해협을 통과해 한국에 들어올 선박의 전체 통행료는 최대 17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관련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원유도입 비용을 높여 한국의 물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군사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10% 급등해 배럴당 80달러 대로 올라섰다.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3%대로 끌어올린 석유류 가격 하락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데 드는 재정부담도 불어날 것이다. 국내에 필요한 두 달 치 원유가 확보됐다지만, 정부는 중동 긴장의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통행세'가 현실화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국제 공조체계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