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3사 중 먼저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쓴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성적표로 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정점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83조9264억원, 영업이익 64조163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7.5%, 596.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 1분기에 세운 역대 최대 실적을 한 분기 만에 갈아치우게 된다. 영업이익률도 76.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에서 사용자 의도를 이해하고 작업을 스스로 추론·계획·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부상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고용량 서버용 D램(DRAM)과 낸드(NAND) 기반 기업용 SSD(eSSD)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고객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공급계약과 선수금 지급에 나서는 등 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단위로 가격을 협상해 분기별 가격 변동이 비교적 제한적인 HBM과 달리 D램과 낸드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최대 63%, 75% 올랐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500원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받는 만큼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반도체 정점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도 D램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 상승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며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0조7000억원에서 62조3000억원으로 11.9%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기존보다 1.6% 낮춘 62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다만 앞서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잇따라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만큼 SK하이닉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실적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 414억5600만달러(약 62조원), 영업이익 333억1800만달러(약 49조원)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삼성전자도 지난 7일 올해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3%, 1810.3% 증가했다. 매출은 시장 전망치에 소폭 못 미쳤으나 영업이익은 5.2%가량 상회했다.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관련 투자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업황이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만큼 SK하이닉스도 기대치를 넘어서는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