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방안 당정협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번 계획이 실현되면 육·해·공군 사관학교 체제가 완성된 1949년 이후 77년간 유지돼 온 분리 양성 체계가 처음으로 바뀌게 된다. 해사는 1946년 1월 경남 진해에서 해군병학교로 출발해 바다를 지킬 해양 전문 장교 양성을 맡았다. 육사는 같은 해 5월 서울 태릉에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로 창설돼 1948년 현재의 이름을 갖췄고 지상전을 이끌 육군 장교를 배출해 왔다. 공사는 1949년 육군항공사관학교로 출범한 뒤 그해 공군 독립과 함께 사관학교로 개칭돼 조종사 등 항공 전문 인력을 키워 왔다. / 사진=뉴스1

약 80년 역사의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하나로 합쳐진다. 정부는 통폐합 추진의 이유로 ▲구조적 비효율 ▲전쟁 양상 변화에 따른 교육 변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이후 대비 등 3가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각 군의 전문성 훼손과 인재 쏠림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안 장관은 "각 군 사관학교가 병립해 자원이 중복·분산 투자되는 비효율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오늘날 전쟁은 지·해·공(육·해·공) 군종의 경계를 넘어 우주, 사이버, 전자기 스펙트럼 등 다영역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관학교 교육도 전장이 전 영역으로 확대될 미래전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로 변해야 한다"며 "사관학교에서 양성된 장교들은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 연합 방위 체제를 이끌어갈 주역이 돼야 한다"고 했다.

각 사관학교는 규모가 작아 교수진 확보 등이 어려운데,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교수진과 시설이 강화되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국군사관학교 설립에 대한 우려들


공군은 미 공군과 7월 1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중원기지에서 '2026-2차 쌍매훈련(Buddy Squadron)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한미 공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다양한 공중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전술을 공유하고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할 예정이다. 훈련에 참가한 한미 공군 조종사들이 지난 14일 비행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관학교 통합을 놓고 나오는 우려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전문성 훼손이다. 국방부가 이날 밝힌 미래전 대비라는 명분은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쟁 양상이 다영역으로 확대될수록 오히려 군별 교육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과 대치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해군의 잠수함, 공군의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운용할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교육이 우선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김세진 태재연구원 국가경영연구팀장(육군사관학교 67기)은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이하 시대)와의 통화에서 "미래전에만 꽂혀 육·해·공군을 통합해야 더 잘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거짓 선동"이라며 "육·해·공군이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해 더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전장에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지 논의해야 국방력이 강화된다"고 했다.

전작권 환수 대비라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이 아닌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략과 작전을 수립하고 수행해야 하는 만큼 각 군의 전문성은 지금보다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시대에 "전문성이 핵심인 해군과 공군을 통합사관학교 4년제로 가겠다는 것은 기술군의 전문성을 해치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군대가 과연 전작권 전환 후에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둘째, 통합 선발에 따른 인재 쏠림 문제다. 생도들이 한 학교에 모인 뒤 성적순으로 군을 배정받으면 우수 인재가 공군 조종사 등 인기 직군에 몰리는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세진 팀장은 "통합 사관학교로 모이면 자율전공 학부처럼 한 데 모인 뒤 성적에 따라 육·해·공군으로 선발되는데 성적이 높은 사람은 공군 조종사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육사 지우기용' 징벌적 조치라는 논란에 따른 사기 저하 우려다. 이번 통폐합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육사를 징벌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군내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2성 장군 출신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12·3 비상계엄을 빌미로 죄 없는 사관생도와 육사 출신 현역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육군의 모체이자 창설지로서 대한민국 국군의 정신적 뿌리가 서려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현재의 태릉 화랑대에서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전형적인 보복 행위로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거쳐 결정해야"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분리 현황. /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현재 전 세계에서 사관학교를 통합형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등 병력 10만명 이하 소규모 군대를 가진 국가가 대부분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군사강국은 대부분 분리형을 유지하고 있다.

약 23만명 규모의 자위대를 운용하는 일본은 방위대학교에서 육·해·공 자위대 간부 후보생을 4년간 함께 교육한다. 그러나 방위대 졸업 후 각 자위대의 간부후보생학교에서 군별 전문 교육을 별도로 거치는 이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안 장관은 이날 당정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발표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양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질문도 받지 않고 자기할 말만 하고 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민통제가 아닌 문민독재"라고 비판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최소한 국방부 장관이 국군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직접 답변하고 설명해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교 양성 체계는 유사시 국민의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더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터져나온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시대에 "사관학교 통합이 더 적절한지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과정이 미흡하다"며 "외국 사례를 토대로 사관학교 통합이 전투력과 교육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방부가 16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4년제로 창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합사관학교 추진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미래전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통합형 장교'를 양성한다는 구상으로, 국방부는 조직 내 첨단교육정책국을 신설 후 구체적인 로드맵을 구상해 오는 10월쯤 구체적 운영 방식과 입시 방안 등 세부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 그래픽=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