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지역 간 협의 무산 시 정부가 직권으로 보호구역을 해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상수원관리규칙이 시행되면서 '유천취수장'을 둘러싼 경기 평택시와 안성시의 미묘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두 지자체가 핵심 쟁점인 시민 식수원 보호와 개발 제한에 따른 주민 재산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1일 개정 상수원관리규칙을 공포했다. 개정 규칙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관련된 기관 간 2차례 이상의 협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후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해 보호구역 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구역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장도 보호구역 해제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유천취수장 수도사업자인 평택시만 보호구역 해제를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신청 권한은 확대됐으나, 논란이 됐던 '강제 이행 조항'이 삭제되면서 유천취수장 폐쇄 여부를 둘러싼 최종 결정 구조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성시와 평택시에 걸쳐 있으면서 평택시민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유천취수장의 해제 권한은 여전히 평택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규칙 개정으로 기후부 장관이 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맞지만, 협의가 시작되기까지 선행돼야 할 절차가 있어 평택시가 반대하면 유천취수장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려면 먼저 평택시 수도정비기본계획에 취수장 폐지에 관한 사항이 담겨야 하고, 해당 취수장에 대한 수도사업 폐지 인가도 승인받아야 한다"며 "두 가지 모두 평택시가 신청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상수원관리규칙이 개정됐어도 평택시가 반대하면 유천취수장 해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원용 평택시장은 "시민의 식수원과 직결된 문제는 일방적인 판단이나 행정 편의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물 주권을 지키는 데 있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성시 역시 이번 개정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이 즉시 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천안시와 '유천 상수원보호구역 변경·해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하는 등 취수장 해제에 주력하기로 했다.
안성시는 용역을 통해 유천취수장 운영 실태와 보호구역 조정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분석한 뒤 경기도와 기후부, 평택시 등 관계기관과 취수장 해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이번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은 47년간 불합리한 규제를 받아온 안성시민의 정당한 권리가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공동용역을 통해 유천취수장 해제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천 상수원보호구역 규칙 개정으로 해제 신청의 문은 넓어졌지만, 최종 절차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유천 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평택시와 입장차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