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진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 사진=뉴스1

SK하이닉스가 시장에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실적으로 반박했다. AI향 고부가 반도체 제품 공급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여전히 견조한 메모리 수요를 재확인한 것이다. 현재도 주요 빅테크들로부터 메모리 추가 공급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액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7%, 557% 증가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영업이익률은 76%다. 100원을 팔아 76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이는 마이크론(80.4%)에 이어 글로벌 2위이자 엔비디아(65.6%), TSMC(60.3%) 등 주요 빅테크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강세와 AI 서버용 고성능 제품 가격 상승이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이 됐다. 주요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해 AI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등의 판매가 늘었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이는 최근 재점화된 'AI 거품론'과도 배치된다. 앞서 글로벌 시장에 AI 수요와 투자 규모가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면서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수요 둔화 공포에 휩쓸려 주가가 급락했지만 실제로는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이번 실적을 통해 입증됐다.

이번 실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에도 힘을 싣는다. 앞서 최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만날 때마다 '모어 칩(더 많은 반도체)'을 요구한다. 혹 탄 브로드컴 CEO도 깜짝 놀랄 숫자의 메모리칩을 계속 요구하고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도 우리에게 칩이 얼마나 가능한지도 계속 확인한다. 샘 알트만 CEO도 다른 사람에게 칩을 주지 말고 어마어마한 숫자를 오픈AI에 달라고 얘기한다"며 밀려드는 주문량을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추가 공급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투자가 AI 서비스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 검토나 고효율 AI 모델 등장에 따른 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움직임은 AI 투자의 축소 과정이라기보다는 그 동안 대규모 구축해온 AI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화를 본격화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에게 AI 투자는 본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AI 인프라 투자는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AI 연산을 직접 담당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서버 D램, 고용량 낸드 등 메모리 전반의 수요는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고객들과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년 계약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 고객을 포함해 10여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했고 업계 주요 고객들과 추가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실적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03조371억원, 영업이익 80조7798억원이다. 단일 분기 사상 최초로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80조원 시대 진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4분기에는 이를 뛰어넘어 매출 113조1968억원, 영업이익 88조7505억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352조2652억원, 영업이익 270조63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62.6%, 47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