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6년 7월 지역경제보고서'를 29일 발표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지역경제가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올해 상반기 지역경제가 AI(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대경권 등의 경기 개선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 회복과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에 힘입어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는 전 권역에서 증가했지만, 중동 사태 여파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과 건설 경기 부진은 지역별 회복세를 제약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지역의 경기가 상반기보다 소폭 개선되거나 강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민수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29일 '2026년 7월 지역경제보고서' 브리핑에서 "상반기 지역경제는 수도권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개선됐고 충청권·대경권·제주권도 소폭 개선됐다"며 "반면 동남권과 호남권, 강원권은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권역별 경기 차이를 만든 핵심 요인은 제조업이었다. 수도권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지속됐고, 충청권도 반도체와 전기장비 생산이 늘었다. 대경권은 휴대전화와 철강 생산이 증가하며 경기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동남권과 호남권은 중동 사태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로 석유화학·정제업 생산이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업체 화재에 따른 공급 차질로 자동차 생산도 부진했다.

정 팀장은 "반도체의 기여도를 별도로 산출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적으로 보면 수도권과 충청권은 반도체 영향이 매우 크다"며 "다른 권역은 반도체 제조업 비중 자체가 낮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은 지역 간 차이 없이 전 권역에서 소폭 증가했다.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 관광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고르게 회복됐다. 민간소비 역시 정부 정책 지원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으로 모든 권역에서 증가했다. 정 팀장은 "소비와 서비스업은 원래 지역별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라며 "특별한 지역 이벤트가 없는 한 대부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권역별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충청권·대경권·제주권은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대됐지만, 동남권은 석유화학·정제업, 강원권은 시멘트 산업 부진으로 감소했고 호남권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반면 건설업은 대부분 지역에서 부진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자재 수급 불안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호남권과 제주권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집행 확대에 힘입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개선됐다.

정 팀장은 "건설업은 아직 부진하지만 올해 들어 일부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반도체 공장 증설 일정이 본격화되고 공공 인프라 착공도 예정돼 있어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권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업자는 대부분 권역에서 증가했고, 소비자물가는 중동 사태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 권역에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동남권·호남권에서 상승폭이 커졌고 강원권은 상승 전환했다. 충청권과 대경권도 하락폭이 축소됐지만 제주권은 하락폭이 확대됐다.

권역 간 인구 이동에서는 수도권과 충청권의 순유입이 이어졌다. 다만 수도권 순유입 규모는 축소된 반면 충청권 순유입은 확대됐고, 강원권은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동남권·호남권·대경권·제주권은 순유출이 지속됐지만 규모는 줄었다.

정 팀장은 이를 최근 경기 개선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구 이동은 단기적인 경기 변화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수도권과 충청권으로의 이동은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 간 경제 격차와 일자리 차이 등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지역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상반기 자동차 생산을 제약했던 부품 수급 차질도 해소되면서 제조업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와 서비스업 역시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 정책 효과가 이어지며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