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 사진=뉴스1

"핵무기 개발·보유를 지금은 못하지만, 전략적 모호성 유지는 최상위 국가 안보 옵션이다."(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추진잠수함을 만들기 위한 1차 조건"(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국방부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특별법에 핵무기 개발·생산 금지 조항을 담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합의한 이후 국제사회의 핵무기 개발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핵추진잠수함 획득·운영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을 오는 9월 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장보고 N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은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을 연료로 사용하며 2030년대 중반 선도함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보고 N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한국은 세계 7번째 핵추진 잠수함 운용국이 된다.

특별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핵잠 연료인 우라늄 농축이 핵무기 개발·제조·보유 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한 지점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점을 법률에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저농축우라늄 생산에 합의한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조항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NPT에 가입해 있고 IAEA의 사찰도 받고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도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의구심 때문에 그런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과연 국가이익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여러 전문가들은 "저자세라고 평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법에 제정해야 나중에 설득력을 확보한다. 지금 미국에서 신경 쓰는 것은 핵추진 잠수함보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라며 "농축과 재처리 능력을 갖추면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특별법은 장보고 N사업의 연구개발부터 건조, 운영, 해체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법률로 규율한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행정 절차도 간소화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29개 법률에 따른 인허가 사전 협의 간주 등 신속 추진을 위한 특례도 담겼다. 사업 전반에 방위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 등 여러 법률이 동시에 적용되는 만큼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국제 신뢰를 확보한다는 취지는 안전관리 조항에도 반영됐다. 원자로와 핵연료시설의 설치·운영·해체는 전략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방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정 인원이 국방부 감독 아래 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사용후 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역시 국제기준에 따라 관리·처리하도록 규정했다.

일부 외교분야 전문가들은 쿠팡 규제를 둘러싼 미국 조야의 우려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의 변수로 꼽기도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쿠팡 사태와 대미 투자 지연 등이 연관되면서 핵추진 잠수함과 원자력협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