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보다 5.98% 내린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5262.77까지 밀려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6월 19일의 9,385.59에 비해 44%나 하락했다. / 사진=뉴스1

한국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확인된 중국 메모리반도체의 약진, 미국 빅테크들의 현금 흐름 악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위축 가능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상 최대인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개미들의 공포심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98% 하락한 5,663.24로 장을 마쳤다. 전날 10.84%의 하락폭을 포함해 이틀 만에 16.17%나 폭락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선 장중 8% 이상 하락할 때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전날에 이어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된 건 한국거래소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상승해 고점을 찍었던 코스피는 이날 장중 5,262.77까지 밀리며 40일 만에 44%나 하락했다.


계속되는 하락장에서 "원금이라도 챙기자"는 개미투자자들이 2조 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폭락을 주도했다.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에 '베팅'한 개미들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 투자로 개인들이 떠안은 누적 손실이 387억 달러(한화 약 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모든 것이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증시의 과도한 급등락에는 레버리지 ETF로 인한 효과 외에 개인투자자, 반도체주에 편중된 우리 증시의 '구조적 요인',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5월 말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바로 다음 날 문제의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증시 과열에 제동을 걸어야 할 당국이 오히려 과속을 부추긴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증시는 국가적 경제위기 때나 나타날 법한 위험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안에 휩싸인 개미들이 투자 심리를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에 대한 개인별 투자 한도 설정 등 이미 검토한 대책들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의 변동성부터 줄여가야 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