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인공지능(AI) 시대 국내 증시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와 조선, 방산, 원자력을 꼽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AI 산업 성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이들 산업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1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오는 11일 'ACE 반도체Plus전략산업 ETF' 상장을 앞두고 투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 등이 참석해 국내 증시와 전략산업 전망을 제시했다.
배 대표는 이날 투자에서 단기적인 시장 타이밍보다 장기적인 산업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는 방향과 시간의 함수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며 "투자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운이 좋으면 이익을 많이 얻고 운이 나쁘면 크게 손해를 보는 투자처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세상의 흐름에 맞는 곳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이 주목한 국내 전략산업은 반도체와 조선, 방산, 원전 등이다. 막대한 자본과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 산업 생태계가 필요한 만큼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기 쉽지 않고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이들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는 배경으로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꼽았다. 특히 새로운 산업이라는 점보다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산업인지가 향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기존 (한국이) 잘했던 사업들이 미국 또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공급망이 배제되면서 한국 공급망이 독점적인 구조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우리밖에 없다면 가격 결정권을 우리가 가질 수 있고 가격 결정권이 있다면 가격을 더 높게 받아 이익을 더 높게 창출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의 질이 좋아지고 밸류에이션도 올라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대해서도 기존 경기민감 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AI 패권 경쟁이 이어지면서 반도체가 선택 가능한 부품이 아닌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산업의 성장을 결정할 병목이 향후에는 반도체에서 전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비해 발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확충에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반도체 수요가 충분하더라도 전력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시대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원전과 조선, 방산 등 물리적 인프라를 함께 주목해야 한다는 게 한투운용의 판단이다.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운송하고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안보 환경까지 고려하면 조선과 방산, 원전 역시 AI 산업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투운용은 이 같은 전망을 'ACE 반도체Plus전략산업 ETF' 포트폴리오에 반영했다. 반도체를 성장 중심인 '코어'로 설정하고 조선과 방산, 원전을 함께 편입한다.
여기에 국내 주요 산업 가운데 정량평가를 거쳐 한 개 산업을 추가한다. 평가는 매년 3·6·9·12월 진행된다.
반도체 비중은 최소 40%다.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편입한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과거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크게 움직이면서 국내 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미중 패권 경쟁과 탈세계화로 투자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매크로와 AI 사이클은 지속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 위에 전략 수요가 얹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가 전략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도 단기적인 주가 수준보다는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 본부장은 "이들 섹터가 바닥에서 보면 굉장히 많이 올랐고 최근 고점에서 보면 또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면서도 "지금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뀌고 있고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산업들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큰돈을 넣기보다는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