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제도를 개편한다. 1년물 통합발행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중도환매를 두 종류로 나눠 매달 두 차례 실시한다. 만기별 지표종목 개념도 새로 도입한다. 이번 개편으로 통안증권 유통시장의 거래 유동성을 높여 지급준비금(지준) 조절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통화안정증권 발행제도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된 제도는 오는 31일부터 시행된다. 먼저 1년물 통합발행기간이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통합발행일은 기존 매년 1·3·5·7·9·11월 9일에서 3·6·9·12월 1일로 조정된다.
중도환매 제도도 '중도환매Ⅰ'과 '중도환매Ⅱ'로 나눠 매월 두 차례 실시한다. 중도환매Ⅰ은 매월 첫째 화요일, 중도환매Ⅱ는 셋째 화요일에 진행된다. 중도환매Ⅰ은 기존 정례 중도환매와 동일하게 잔존만기 기준의 정해진 일정에 따라 회차당 3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1년물 1종목과 2·3년물 2종목이다. 1년물의 중도환매 대상 잔존만기는 통합발행기간 연장을 고려해 4·5·6개월로 설정한다. 중도환매Ⅱ는 회차당 3종목 안팎을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인 종목은 매월 통안증권 발행계획을 통해 공고한다. 기존 정례 중도환매 대상에서 제외되는 종목은 해당 월 중도환매Ⅱ 대상에 포함해 환매를 진행한다.
입찰 일정도 조정된다. 2년물 발행 요일은 기존 첫째 수요일에서 둘째 수요일로, 1년물은 둘째 수요일에서 첫째 수요일로 각각 변경된다. 만기별 '지표종목' 개념도 새로 도입한다. 한은은 매월 통안증권 발행계획을 통해 이표채 기준 만기별 지표종목을 지정할 예정이다. 경쟁입찰로 발행된 통안증권 가운데 만기별로 가장 최근에 발행된 종목을 지표종목으로 삼는다. 한은은 향후 유관기관과 협의해 지표종목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 내 벤치마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통안증권 시장 유동성, 올 상반기 불장 영향도
이번 개편의 핵심은 통안증권 유통시장의 거래 유동성을 높여 한은의 지준 조절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다. 통안증권은 한은이 시중의 지준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시중에 지준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자금 공급이 늘면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은 통안증권을 발행해 지준을 흡수한다. 금융기관 등이 통안증권을 사기 위해 납입한 자금이 한은으로 들어오면서 시중의 지준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한은 입장에선 통안증권을 발행할 때 원하는 물량을 적정한 가격에 소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이 원할 경우 중도환매를 통해 채권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안증권이 유통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돼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통안증권을 발행할 때도, 중도환매를 통해 조기상환할 때도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한은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적정한 가격으로 발행하거나 환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안증권 시장의 유동성은 올해 상반기 증시 강세와도 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은 고객에게 받은 예금 중 일정 비율을 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한다. 이를 필요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필요지준 규모는 전체 예금액뿐 아니라 예금의 구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만기가 길어 자금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정기예금·적금보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아지면 필요지준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정기예금·적금 등에 있던 자금이 주식 투자를 위한 예수금 등 요구불예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주식 매수를 위해 대기하는 자금이나 주식을 매도한 자금 등이 요구불예금으로 들어오면서 은행 예금 가운데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아져 필요지준 규모가 커지면 은행이 한은에 예치해야 하는 지준도 늘어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이미 한은에 들어와 있는 지준이 많아지는 만큼 한은이 통안증권을 통해 추가로 흡수해야 할 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통안증권 발행 물량이 줄어들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 역시 감소해 통안증권의 유동성이 과거보다 떨어지는 측면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증시 강세가 통안증권 유동성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증시 자금 이동은 지준과 통안증권 발행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증시 강세와 통안증권 유동성이 완전히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통안증권 발행량이 줄어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도 줄어 유동성이 과거보다 떨어지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급준비금 수준을 적정하게 관리해 기준금리에 맞는 시장금리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한은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통안증권 시장이 활발하게 거래돼야 한은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적정한 가격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오는 27일 공고할 예정인 '2026년 9월 통화안정증권 발행계획'부터 이번 개편 내용을 반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