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로 꼽히는 유리기판 시장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상용화 경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최근 유리기판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제품을 공개했다. 핵심은 유리를 관통하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기적 연결을 구현하는 TGV 기술이다. 이 제품은 100×100mm 이상의 대면적에 적층 구조도 20층에서 24층으로 확대했다.
BOE는 단순 시제품 개발을 넘어 CPU와 GPU를 실제 패키징한 뒤 전기적 특성과 신뢰성을 평가하고 서버 구동까지 검증하고 있으며 고객사 평가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기판은 유리 코어층을 활용해 미세회로 구현과 대형 패키지 제작에 유리하고 열과 휘어짐에도 강점이 있다. AI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기존 유기소재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스플레이·태양광용 등을 포함한 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올해 79억1000만달러에서 2034년 106억3000만달러로 연평균 3.77%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업계는 중국의 추격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유리기판을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을 넘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BOE 외에도 관련 업체들이 TGV 가공과 도금, 패키징 등 유리기판 제조에 필요한 공정 기술과 생산설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들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C는 지난 22일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상증자에 약 921억원을 추가 청약했다. 이달 초 약 281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데 이어 총 청약 규모는 3731억원으로 늘었다. SKC는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약 5900억원을 향후 3년간 유리기판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임베딩 제품의 샘플 사전 평가를 마치고 신뢰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논임베딩 제품은 공급사 선정 과제에 참여하며 연내 기술검증(PoC)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자체 기술 개발과 함께 핵심 소재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지난 7월 동우화인켐과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글라셈 설립을 결정했다. 삼성전기는 3191억원을 출자해 66.2%의 지분을 확보하며, 합작법인은 경기도 평택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내년 하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KPCA 쇼에서 TGV와 유리 표면 정밀 가공 기술 등을 공개했으며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기술 승인 샘플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LG이노텍 역시 상용화 시점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8년 유리기판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최근 KPCA 쇼에서 유리기판 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AI 가속기용 대면적·고다층 FCBGA 기술을 함께 선보이며 AI 반도체 패키징을 중심으로 차세대 기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 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대량 양산 단계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기술과 고객 인증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중국 업체들의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양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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