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최근 보수 진영에서 주가가 급등한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한 의원은 장관 인사 청문 정국에서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는 거의 매일 후보자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새로운 의혹을 들고 나와 김 후보자와 여권을 궁지로 몰았다. 무소속 의원 한 사람이 국민의힘 전체의 대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이목을 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논쟁적인 현안을 직접 띄운다. 그는 가는 곳마다 기자들을 몰고 다니고, 정치 유튜브나 쇼츠 콘텐츠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급기야 한 의원이 수위를 차지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조원씨앤씨)도 등장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제치고 '신뢰하는 정치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씨는 "우리 국민들이 진짜 야당을 하나 가지게 됐다. 사실상 '한동훈 당'이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그에게 집중되는 관심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모 중진 의원은 진행자가 한 의원과 관련한 질문을 이어가자 "그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원직 제명 운운할 정도로 적대감을 표출했으나, 오히려 그의 체급만 올려줄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반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중 정치인으로 체급을 키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자신만의 '결정적 장면'이 필요하다. 진보는 물론 보수 진영의 역대 지도자들도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청계천 복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천막당사 등을 통해 자신의 고유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훗날 몰락하긴 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 마디로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윤석열 정부 법무장관 시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파상 공세에 밀리지 않고 정교한 논리와 순발력으로 맞받아치며 보수층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했다.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총력전을 벌인 부산 북구 갑에 단기필마로 출마한 그는 개인기와 대중성만으로 이를 돌파해 해냈다. 그리고 인사 청문 정국에서도 다시 한번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 시절 저격수, 싸움닭 이미지를 굳힌 정치인이 지도자로 대성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그의 언어와 태도는 강력한 팬덤을 결집하는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온건파와 중도층에게 피로감을 안기는 양날의 검이다. 그는 범죄자를 압박하던 검사의 스타일 그대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당시 듣보잡이었는데, 누가 듣보잡을 표적수사하느냐" "9억 받아 처먹고 평생을 스폰서 끼고" "앞으로 민주당을 김민새천년NHK당이라 부르겠다" 등의 표현이 그런 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주거나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아울러 검사 출신이라는 태생적 배경은 향후 그의 정치 행보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를 지켜본 국민 입장에서는, 또다시 엘리트 검찰 출신의 정치인에게 나라의 키를 맡기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과 회의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한 의원이 구사하는 비타협적·비정치적 언어는 검사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소속' 신분도 취약점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다. 정치는 철저하게 고도의 조직화된 세력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그가 외곽에서 민주당 공격에 앞장서고 인기를 끌어 올리자 복당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반감이 옅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그와 대척점에 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여전히 복당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복당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한 의원은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긴 호흡의 정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 의원이 팬덤을 이끄는 '스타 정치인'을 넘어, 스스로 세력을 모으고 진보 진영과도 타협을 이끄는 '지도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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