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의 한 영화관 예매 키오스크에 '암살자(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내용을 '역사 왜곡'으로 보는 의견이 과반 이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20·30대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인식이 60~70%대로 높게 나타났다.

개혁신당 산하 개혁연구원이 지난 29일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암살자(들)'이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다음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8.2%가 '역사 왜곡'으로 본다고 답했다. '창작의 자유'라는 응답이 27.6%, '잘 모르겠다'가 14.2%였다.



연령대별로 '역사왜곡'으로 보는 시각은 30대에서 7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가 65.7%로 뒤를 이었다. 이어 50대(56.1%), 40대와 60대(각 55.2%), 70대 이상(45.7%) 순이었다.

'창작의 자유'라는 응답은 40대(37.7%)와 50대(37.1%)에서 가장 높았다.

정치권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표현을 문제 삼는 기준에 대해선 '일관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58.3%로 조사됐다. '일관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3.1%였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실제와 다른 가설이나 상상을 담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실존 인물의 명예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이라는 응답이 46.0%였다. 이어 '허구임을 밝히면 허용' 22.9%, '허용해서는 안 된다' 19.4%, '제한 없이 허용'이 7.8%로 나타났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육 여사가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이나 중앙정보부가 육 여사 피격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를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가보훈부 산하 제대군인센터는 다음 달 14일 암살자들 무료 관람을 추진하다가 시민 항의를 받고 다른 영화로 바꿨다. 지난 26일에는 울산의 한 고등학교가 '암살자(들)'을 단체 관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는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독려하는 글이 퍼졌다.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며 사자 명예훼손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권의 방조 아래 자행되는 노골적인 역사 왜곡"이라고 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서울경찰청에 영화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영화 제작진은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