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사진=뉴시스


오는 6일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상임위원회들이 앞다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잇달아 증인·참고인 명단에 올리고 있다. 유명인의 출석은 국감의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자칫 국정 점검보다 화제 몰이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두 회장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에는 응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산자위는 지난달 22일 증인 명단을 의결하면서 두 회장을 제외했고 기후노동위는 여야 간사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중심의 국가 전략사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8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두 회장을 "국가의 영웅"이라고 불렀다.

민주당은 이 프로젝트가 국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역균형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전력·용수 등 산업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과 입지 선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투자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다만 총수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야 공방만 남을 수 있다.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2024년 10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했다./사진=뉴스1


다수의 유명인들이 이미 국감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9일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진영 위원장이 직접 출석 의사를 밝히자 여야가 받아들였다. 위원회가 추진하는 K-컬처 축제 '패노메논'의 해외 상표권을 JYP가 단독 출원했다는 논란이 쟁점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도 같은 날 '일타강사' 조정식씨를 증인으로, 정승제씨를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교육위는 조씨에게 문항 거래 의혹을, 정씨에게 2028학년도 수능 수학 문·이과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저마다 쟁점은 있지만 인지도가 높은 만큼 검증보다 화제성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례도 있다. 2024년 10월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자 의원과 증인들의 사진 촬영이 잇따랐다. 중대재해 문제로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하니와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어 논란이 됐다. 최민희 당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국감 도중 하니를 만났다는 의혹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과방위 국감은 한때 파행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유명인들을 불러 호통치는 등 유명인들의 이름값에 편승해 자기 정치하려는 모습은 과거부터 많았다"며 "특정 사건의 책임을 묻거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감에 유명인을 부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긴 하지만 효능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보다는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을 부르는 게 효율적"이라며 "분풀이식 국감은 국민에게 불편함만 줄 것"이라고 했다.